⑨ 2030유권자 FGI 정리



[2030유권자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⑨집담회 후일담

2007 09/25 뉴스메이커 743호

정치인 불신 팽배 “과연 바뀔까”


행복한 인생 가로막는 4대 장애물은 비싼 등록금·취업난·부동산 거품·육아문제 꼽아

뉴스메이커와 KYC가 공동으로 진행한 ‘2030유권자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는 다양한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이에 대한 주문과 비판도 많았다. 대선주자들은 집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듣고 대선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KYC가 만난 2030유권자들은 먼저 정치에 대한 불쾌감과 심한 불신을 드러냈다. “우리가 떠들어봐야 되겠냐? 선거나 투표를 통해서 바뀔 것 같으면 벌써 바뀌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인터뷰를 거절했던 친구와 동료들의 반응은 대강 이런 것들이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보더라도 애착을 드러내는 정치인이나 정당도 없으며, 대부분 정치인과 정부는 세금을 낭비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0대는 “정치인들이 공정한 판단을 하기보다 기회만 있으면 서로 이용하려 든다”고 여기고 있다.

“여러분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책들을 누가 실현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정치인 중에는 없다”는 답변이 과반수인 걸 보면 지금의 정치인들을 지독히 불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님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기대할 수가 없다. 지금 2030세대는 우리의 부모세대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더 멀리 다녀본 경험이 있지만, 부모세대와 비슷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생의 비슷한 시기에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비슷한 노력으로는 집을 구할 생각을 말아야 하고, 아이를 둘을 낳아 기르는 것도 대단한 모험이 된 셈이다.

인터뷰에서 드러난 오늘날 2030세대가 여유롭게 살기 힘든 4가지 큰 장애물을 꼽아봤다.

첫째, 비싼 등록금을 내고 따내야 하는 대학졸업장

많은 젊은이가 뚜렷한 목적도 없이 누구나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면서 대학에 입학하지만, 발길에 차이는 게 대학생이고 졸업하기까지쏟아부어야 하는 학비는 쉽게 감당할 수 없다. 이미 대학은 취업률이 대학경쟁력으로 포장된 지 오래고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않은 채 신입생 뽑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둘째, 엉덩이에 땀띠 나도록 공부를 해도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

지금의 고용시장은 아예 경력자만 뽑거나 경력자와 함께 경쟁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신입들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어쩌다가 인턴사원이나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해봐야 자리 보전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자기계발에 투자하느니 공무원시험이나 공사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있다. 청년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나’를 포함하지 않은 통계수치다. 2030세대 중 많은 사람은 “대기업 초임이 얼마네, 상장사 신입사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네, 하는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한다.

셋째, 2030세대 주택시장에 접근 불가

“이미 올라버린 집값을 잡아봐야 2030세대는 감히 넘보기 힘든 시장이다.” 결혼을 앞둔 청년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해서만큼은 도저히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이자를 100만 원씩 내더라도 대출받아서 집을 사야 이익이라는 재테크 강의를 믿어야 하는지?” 모두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나만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닌지 갈팡질팡하고, 정말로 단기간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어찌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넷째, 아이에 저당 잡힌 인생

요즈음 맞벌이를 하지 않는 부부는 매우 드물다. “아이는 정부가 책임지고 키우겠습니다”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여전히 믿고 맡길 데가 없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려면 짤릴 것을 각오해야 하고, 그동안 받던 월급의 일부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기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사교육에 관해서는, 아이 키우면서 받는 스트레스야 당연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회의적이다. “자식을 안 낳는 게 아니라 더는 못 낳는 것이다.”

2030세대는 공정한 기회를 상실한 세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느 동네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따라 계층이 분리되는 불평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2030세대는 사회적 결집력이 약화되었다.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결속하고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들끼리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그들은 점점 지쳐가기만 할 뿐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가진 자가 힘들어지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려줄 게 뻔하다.”

2030세대는 사회나 정치지도자들이 ‘우리’를 저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2030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던 적이 없는 세대.

“이익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라는 이유로 20대는 정치와 공공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그들은 대규모 정치운동을 통해서 성취감을 맛본 경험이 없다. 단지 월드컵 축구 4강신화를 위해 붉은악마로 둔갑해서 거리를 행진한 적이 있을 뿐 시민의 권리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리에 나서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그들도 할말이 있다. “386세대야 시위 열심히 하다가 졸업을 해도 취직이 되었지만, 우리는 열심히 공부해도 취직이 안 된다.”

오늘의 젊은 세대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안전과 성공은 자기가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다. 삶의 현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기성세대는 자신들은 열심히 살아 왔다고만 항변하고, 정치인은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 2030세대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으며, 시장의 자유와 부의 미덕을 역설하는 메시지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 결과 청년들은 오늘날 집을 사고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하면서도 정부의 정책이 옳은지 묻기보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한다.

KYC 최융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