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런 보육료 자율화


 




1998년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었다. 처음에는 질 높은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며 민간건설회사가 공급하는 중대형아파트를 대상으로 했다. 이후 점차 확대되어 공기업에서 짓는 소형아파트의 분양가도 자율화되었다. 분양가 자율화 이전인 97년 평당 464만원 하던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2005년 말 기준 1462만원으로 인상되었다. 무려 215%가 인상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은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초 신문에는 ‘수업료에 급식비, 교재비, 특별활동비 등을 포함한 실제 유치원비는 40만~50만원에 달하고, 이는 고등학교 수업료의 2.3배를 넘으며 대학등록금과 비슷하다’는 기사가 나왔다. 2004년에는 사립유치원비가 질 높은 교육을 목표로 자율화되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어린이집 보육료를 자율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작업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하다가 들통이 났다. 그런데 여성주간을 맞아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은 “보육료 자율화를 반대한다”고 했다. 그의 진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경제부처를 비롯해 보육료 자율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니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

여성가족부는 ‘보육료 자율화에 찬성하는 부모가 15%’라는 2004년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추진 근거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2005년 총리실 조사를 보면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 없다고 답하는 부모가 88%’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 사회 보육환경이 워낙 열악하니까 내 돈을 더 내서라도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다.

보육시설의 실수요자는 누구인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이다. 20대 부부의 90%가 맞벌이이고, 30대 부부의 63%가 맞벌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보육시설은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필수환경이고,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지도 않다. 이런 조건에서 보육료가 자율화되면 일부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또는 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고비용의 보육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상당수의 부모는 주택비용 부담에 보육비용 부담까지 떠안게 돼 그들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선의 선택은 양질의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말은 요란한데 시행은 매우 부진하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나는 2003년 9월에 태민이의 아빠가 되었다. 그러니까 태민이는 2002년 12월 어느 날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아이 낳으십시오. 정부가 키우겠습니다”라고 했던 그 약속. 태민이가 다섯살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희망은 상실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제 보육료마저 천정부지로 인상될지 모른다. 양극화되는 보육환경에 우리 가족은 어느 쪽에 속하게 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가올 9월에 태민이 동생이 태어난다.

 


여성신문 937호 [오피니언] (2007-07-06)


천준호 / KYC(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