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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정전에 웬 “신사임당” 행사?

– 관행에 따른 무분별한 문화유산(궁궐)활용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35년째 한 민간단체에서 경복궁 근정전(국보 223호)을 포함한 경복궁 일대를 매년 자체 행사장(유료행사)으로 ‘과거의 관행에 따라’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어, 문화유산 애호가들로부터 “타 단체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특혜”라는 지적과 함께 “청산되어야 할 무분별한 문화유산 활용행태”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 단체는 문화재청의 공식승인이 없는 상태에서 문화재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http://jubuclub.or.kr)를 통해 국보 223호인 근정전에서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할 뜻을 비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행사는 사단법인 대한주부클럽묵향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대한주부클럽연합회에서 후원하는 <제36회 신사임당의 날 기념 예능대회>(5월 17일 개최예정). 이 단체가 행사장으로 잡은 곳은 국보 223호 근정전과 근정전 행각 일대로 이곳은 지난 4년간의 복원작업을 통해 2003년 11월 14일 준공되어 새롭게 보수를 마친 곳이다.

이에 대해 ‘궁궐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한국의 재발견 우리궁궐지킴이, 서울KYC 우리궁궐길라잡이, 다음카페 궁궐산책)’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경복궁내 일체의 민간행사는 물론 국가공식 행사조차 가급적 자제되는 상황에서 일개 민간단체가 경복궁과 전혀 무관한 신사임당을 억지로 끌어다가 지난 36년간 경복궁 근정전과 경복궁 일대를 자체 행사장으로 무분별하게 활용해 온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당대에 오롯이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미래의 자산인 문화유산(경복궁)이 “법적 근거도 없이 그저 과거 되풀이 해온 잘못된 관행에 따라 무분별하게 민간단체의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날로 높아 가고 있는 국민들의 문화유산 보호의지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경복궁 행사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작년(2003)의 경우, 근정전 보수공사로 인해 근정전에서 행사를 치를 수 없게 되자, 근정문 밖 일대에서 신사임당의 날 행사장을 차려놓고, 과다한 축하화환 전시와 관람환경을 무시한 행사용 확성기사용, 행사진행 목적으로 근정문 일대 주요 전각의 점유함 으로 인해 경복궁 관람객들은 물론, 문화유산 애호가들로부터 “위화감을 조성하는 무분별한 궁궐활용”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는 올해 또다시 지난 4년간 복원공사를 마친 근정전에서 신사임당 행사를 다시 열겠다며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 모집 등 공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에 대한 시민모임의 비판이 일자 공문서 형식의 공식답변을 통해 “신사임당의 날 행사는 1969년 이후 매년 경복궁에서 지속적으로 개최하였던 행사로 금년도 행사는 당초 근정전과 그 일원에서 개최하고자 신청하였으나, 근정전의 역사성 및 관람환경 등을 고려하여 행사지역을 경복궁 함화당, 집경당 및 향원정 일원 지역으로 허가한 사항으로 현 상황에서 허가 취소는 곤란함을 알려드리며, 행사시 문화재 보존/보호에 철저를 기하고 관람환경이 저해되지 않도록 행사지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회신을 보내와 근정전 개최는 불허하나 행사의 취소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나 주최측인 사단법인 주부클럽연합회는 시민모임의 문제제기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채 “36년의 전통과 역사를 갖고 주부, 여성의 문화 예술 등용문으로 희망을 주는 행사이며, 또한 율곡의 어머니와 같은 훌륭한 여성이 많이 탄생되도록 하기 위해 경복궁에서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귀 모임에게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라며, 큰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근정전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답변을 피한 채 형식적인 회신만을 보내왔다. 이는 결국 문화재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근정전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역사적 실존인물로서 신사임당과 그 뜻을 본받자는 행사의 근본취지는 동감하지만, 그러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장소로 경복궁과 특히 근정전을 활용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근거와 명분이 없는 억지일뿐더러, 잘못된 문화유산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더 이상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내세우지 말고 즉각 경복궁 행사를 중지해야 마땅할 것”이라며 행사의 중지를 위한 행동을 시사했다.

아울러 시민모임은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임당의 날 행사를 경복궁에서 강행한다면 이는 ‘절검(節儉)의 상징’이기도 한 실존인물 신사임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행사의 근본취지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하고 나섰다. 또한 “무엇보다 최근 근정전 보수완료와 광화문 이전계획 등 중장기적인 경복궁 복원계획에 따른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화유산 보존의 국민적 열기를 외면하고 찬물을 끼얹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점도 깊이 명심해야 한다.”며 문화유산의 잘못된 활용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임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결국 35년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경복궁 근정전과 그 일대에 치러온 <신사임당의 날 기념 예능대회>는 ‘문화유산의 올바른 보존과 활용’이라는 변화된 시대적 흐름에 부딪혀 새로운 논란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변화된 시대적 흐름을 쫓아가기보다 관성에 따른 행정처리에 그친 문화재청 또한 질타를 면키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사임당의 삶과 명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명분과 근거 없는 경복궁 개최는 자진 철회되어야 한다는 시민모임의 주장에 대해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최측(사단법인 대한주부클럽연합회)의 선택이 과연 어떨지? 당대의 관심거리이자, 후대의 평가대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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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사임당의 날 행사 “근정전 개최”를 알리는 주최측 홈페이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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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내용은 5월 9일 현재 조회건수가 1,131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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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경복궁 ‘신사임당의 날’ 행사(2003)

(당시 근정전 보수관계로 근정문 앞에서 행사를 치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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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신사임당의 날 경복궁 근정문 앞 행사 모습(기별청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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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행사용 천막과 현수막, 의자들로 행사장은 빼곡하고…(근정문 남행각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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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된 흥례문 일대가 행사장으로 전락한 모습(흥례문 행각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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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정문 입구에서 서서 바라본 행사장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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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행사무대로 쓰이고 있는 흥례문 행각 주변 유화문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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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했던 신사임당께서 늘어선 화환을 보신다면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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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이 넘는 전통에 걸맞게 영부인께서도 직접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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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행사장에나 깔릴법한 붉은 카펫이 경복궁 행사장 일대에 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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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임당으로 추대된 분을 축하하는 행사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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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부인 신사임당의 모습(?)” 이러한 재현은 “역사왜곡 시비” 마저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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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과 근정전 행사 자진철회를 위한” 의견 올리기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 홈페이지 http://jubuclub.or.kr (상단 ‘게시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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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문화유산은 ‘과거로부터 왔지만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문화유산의 보존과 올바른 활용”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화두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여 과거의 그릇된 관행만을 내세운 무분별한 활용은 이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사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 기사 작성자 : 강임산 (한국의재발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