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반값등록금. 반값아파트뿐만 아니라 720만 신용불량자들을 구제 하겠다며. 신용회복기금 설치와 소액서민대출은행 설립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또 잊어 버렸는지? 아니면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건지? 갑자기 금융채무자중 29만 명은 노후에 받을 돈(국민연금)이 있으니 그것을 담보로 빚을 갚고 신용회복 시켜 주겠답니다.

아마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내놓은 정책인 듯 한데, 오히려 금융채무자들에게 죽어라죽어라 하는 모양새입니다. 만일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연금가입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신용불량자로 남는 것은 물론이며 노후에 적정 수준의 연금혜택도 받지 못 하게 될게 뻔합니다. 갈수록 살기는 힘들어지고 사회안전망은 점점 구멍이 커져서 사회적 약자들을 받아 줄 수 있을지 걱정인데, 나중은 어쩌라고 노후자금을 담보로 활용하라는 것인지?

공공연금으로 신용회복을 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은 수혜 대상이 너무 적어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세대간 연대와 공적 부조라는 연금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720만 금융소외계층 문제의 핵심은 금융채무자들이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고리사채가 판치는 대부업체를 이용함으로써 고리와 불법채권추심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하는 것에 있습니다. 실례로 1998년 실시된 생계자금 대부사업의 상환율이 9.5%에 불과 했습니다. 금융채무자의 유일한 노후 소득 보장수단을 담보로 빚을 갚게 하는 것은 연금가입자를 위한 복지증진도 아니고, 오히려 금융기관들에게 손쉽게 빚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정책입니다.

또한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해 ‘내는 돈은 올리고 받는 돈은 줄였던’ 복지부가 지금은 연금재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부실정책에 연금기금을 쏟아 부으려는 태도에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심지어 수천억에 이르는 연금기금이 지출되는 정책을 진행하면서도 국민연금기금실무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 실용적(?)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닌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오늘(4/11),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 가입이력이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채무상환금 대여 계획’을 표결로 의결해버렸습니다. 기금운용위에 가입자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표결에 붙여져 과반 수 찬성으로 정부원안대로 통과 된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언제라도 빼서 쓸 수 있는 쌈짓돈도 아니고 민간보험도 아닙니다. 20.30대 연금가입자들은 여전히 정말 내가 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긴가민가하면서 연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선심성 공약과 설익은 정책 때문에 또 다시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을 가중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국민연금의 근간을 흔드는 부실정책은 서둘러 철회하고 진정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금융소외자들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