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오마이뉴스 2005.5.12














































































































궁궐내 행사 허가기준, 좀 더 ‘깐깐해야’
[주장] 문화재청의 무분별한 활용 정책, 보존과 관리는 뒷전
장영기 기자 ngorok@hanmail.net  
문화재청(유홍준 청장)에서는 문화유산 활용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문화유산 향유와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사적지 안에서의 무분별한 행사장 사용 허가와 행사시 지도 관리 소홀 등으로 시민들의 관람 향유권을 오히려 침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소홀한 관리가 문화유산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문화유산의 가치마저도 퇴색시키고 있어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관행’으로 사용 허가된 특정단체의 궁궐 훼손

69년부터 한 민간단체가 궁궐에서 소속 지부들이 참여하는 예능대회, 장기자랑 등의 행사를 개최하며 음주·식사·판촉행사·확성기 사용 등 사적지 내에서의 금지된 사항들을 지속하고 있는데도 관리관청인 문화재청이 또 다시 사용을 허가해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행사는 (사)대한주부클럽묵향회에서 주최하고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에서 후원하는 ‘제37회 신사임당의 날 기념 예능대회’이다. 올해는 오는 16일 창경궁에서 열린다.

2003년부터 이 행사를 모니터링해온 시민단체들은 행사의 취지와 내용이 ‘궁궐’과 관련 없고, 격에도 맞지 않으며, 음주·식사·오락(노래자랑) 행위와 문화재의 무분별한 이용 등으로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왔다.





























▲ 2004년 ‘신사임당의 날’ 행사 – 신사임당 추대식을 앞두고 지부별 장기자랑 대회를 마지막으로 모여서 치르는 모습. 왼쪽 한복을 입은 이들이 장기자랑대회에 참석한 지부회원들이다.
ⓒ2005 (사)한국의재발견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2004년 문화유산 훼손과 관람권 침해 등을 이유로 문화재청에 사용불허를 요청하였지만 문화재청은 “연례행사 행사 지도관리를 철저히 해 내년부터는 ‘궁궐 활용에 관한 연구 용역’을 거쳐 기준에 맞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허가를 해주었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무시된 무분별한 활용 만능주의

그런데 2004년 ‘신사임당의 날’ 행사를 모니터링한 결과, 역시 음주·식사·오락(노래자랑) 등의 행태가 지속되었고 과다한 축하 화환 전시와 관람 환경을 무시한 행사용 확성기 사용, 기업 판촉 행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행사 직후 모니터링 결과를 문화재청에 통보하고, 2005년 행사 불허를 위해 지난 4월 15일 문화재청과의 면담을 가졌으나, “수십 년 동안 연례적으로 진행된 행사를 막기 어렵고 대신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17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회의에서 이 행사의 장소 사용을 공식 허가함으로써 면담은 그저 수순에 불과했음을 짐작케 했다.





























▲ 2004년 ‘신사임당의 날 행사’ 음주모습 – 각자 준비해온 김밥과 각종 안주류 등을 곁들여 맥주(가운데 녹색 캔)를 나눠 먹고 있다
ⓒ2005 (사)한국의재발견
문화재청은 지난 3월 마련된 ‘장소사용허가 규정’에 따라 이번 행사부터 장소 사용료를 받기로 한 점을 강조하면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다짐하고 있다.

이 ‘장소사용허가 규정’에 따르면 궁궐 내 행사로 글짓기, 그림 그리기, 서예대회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궁궐의 역사, 성격과 무관한 각종 행사가 개최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다. 문화재 행정이 문화재의 가치를 높이는 활용과 보존의 조화보다 수익성과 관람객 수의 증대를 좇는 활용 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뿐이다.

올해 ‘신사임당의 날’ 행사는 창경궁 명정전과 통명전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행사 실무자는 “경복궁이 관람객 증가와 공사 등으로 복잡해져서 창경궁으로 옮겼다”고 답변했다. 명정전은 1616년에 지어진 건물로 궁궐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재 중에 하나이다. 창경궁의 문화유산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명정전 외곽을 둘러싼 회랑에서 예능대회 중 하나인 ‘서예 행사’시 먹물 등이 건물과 바닥에 묻기라도 한다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상의 문제점에 대해 ‘신사임당의 날’ 행사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지속할 것이다” “지부별 장기자랑을 제외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음주행위는 주부클럽소속이 아닐 수 있다”라며 궁궐에서의 행사장 철회에 대해 “단체 안에서 논의 중이기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사임당이 생전에 궁궐을 출입했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 궁궐과는 어떤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신사임당을 기리는 행사라면 이율곡이 성장하고 신사임당의 묘가 있는 파주 자원서원 부근이 적절할 것이다.





























▲ 2004년 ‘신사임당의 날’ 행사 상품 판촉 – 당일 행사장 한 켠에는 행사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신제품(한방화장품의 일종)을 소개하는 판촉행사도 가졌다.
ⓒ2005 (사)한국의재발견
종묘제례 ‘행사’만 중시, 관리소홀로 의미와 가치는 퇴색

관리 소홀의 현장은 종묘에서도 계속되었다. 조선시대 종묘는 국가 통치 이념의 근간으로 간주되면서 종묘제례를 통해 국가의 안녕과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매년 5월 첫째 주에 재현되는 종묘제례(세계무형유산) 행사에는 일반시민과 외국인들로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렇게 주요한 행사에 문화재청의 관리 소홀로 인해 종묘제례의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가 종묘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 2005년 종묘 제례 – 행사 진행자들의 식사모임. 바닥에 음식물들이 벌려져 있고 식사 후에는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05 (사)한국의재발견
지난 1일 종묘제례가 진행되는 동안 종묘 안 잔디밭에는 이씨 종파회 회원들과 행사 진행 인원들 그리고 가족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 안에서 참가자들은 식사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며 음주행위를 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행사 관계자들은 종묘 정전 건물로 이어지는 ‘신로’만 관람객들이 지나지 못하도록 통제할 뿐 잔디밭 안에서의 제재는 가하지 않았다. 잔디보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유산 환경 훼손과 사적지 내 기본 수칙 사항인 식사·음주 행위가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이에 관계자들은 “종묘제례시 너무 많은 사람이 입장하여 관리가 어렵다”고 할 뿐이다. 문화유산은 그 대상물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둘러싼 역사문화환경과 어우러질 때 문화유산으로서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종묘제례의 참의미는 국가의 안녕과 왕실의 존엄성을 보이는 경건한 행사이기에 그에 걸맞은 행사 진행과 지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종묘행사에만 집착한 볼거리 제공만 있고 진정한 종묘제례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 2005년 종묘 제례 – 제관 중 한 사람이 종묘제례를 마친 후 종묘 정전 월대에서 바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05 (사)한국의재발견





























▲ 2005년 종묘 제례 – 가족 동반 모임에서의 음주 행위. 종묘는 더 이상 세계유산이 아닌 일개 시민공원으로 전락된 지 오래이다.
ⓒ2005 (사)한국의재발견
보존과 활용의 조화 속에 올바른 문화유산 정책 제시 필요

위의 사례들은 문화재청의 관리 수준과 활용정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모습들이다. 최근 문화유산 활용을 강조한 운영으로 문화유산의 관심을 전문영역에서 확대하여 일반시민들의 문화욕구 만족과 여가선용을 위한 문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경복궁 경회루와 창덕궁 옥류천 개방을 통해 국민들의 문화생활을 돕고 참여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문화재 당국 책임기관으로서 우선시되어야 할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를 뒤로 한 채 볼거리(행사) 제공만이 강조되어 문화유산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린 결과를 낳았다.

문화재청에서는 2004년 ‘고궁의 효율적인 관리운영과 활용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궁궐 본연의 기능과 가치에 무관한 단순 장소 대여의 경우 허가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궁중 문화행사시에도 성격과 문화재훼손 위험여부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문화재청 스스로 관리운영과 활용방안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끔 궁궐과 상관없는 민간단체의 예능대회를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사용하게 하기보다는,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관람환경을 저해하는 행사에 과감히 ‘빨간 카드’를 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종묘제례의 경우에서도, 종묘 밖 종묘공원의 음주·노래자랑 등 문화환경을 훼손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내부로 고개를 돌려 포괄적이며 일관된 문화유산 보존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의 올바른 활용정책은 보존과의 조화 속에서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가 전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통해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한류를 시작으로 관광한국을 꿈꾸는 현실에서, 관행으로 얼룩진 문화유산 훼손과 행사에 편중된 활용정책은 우리 자신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문화수준을 의심하게 만들 것이다.

국가의 문화유산 정책방향을 제시할 문화재청에게 균형 있는 보존과 활용의 정책방안과 행정조치를 바란다. 문화유산은 이 시대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 장영기 기자는 (사)한국의재발견 사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4월 말 ‘궁궐의 올바른 활용과 보존을 위한 시민모임’에서 논의된 사항을 정리하여 올린 기사입니다. 본 시민모임의 참가단체는 궁궐산책, 문화연대, 문화유산연대회의, 서울 KYC, 우리얼, (사)한국의재발견로 올바른 문화유산의 활용과 보존을 위한 모니터와 정책방향 제시를 하고자 결성된 단체입니다.

2005/05/11 오전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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