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얻고 모르면 잃는다.”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나?” 이 뻔 한 물음에 답을 하려니 어째 좀 ‘자나 깨나 불조심’이란 주제로 웅변대회에 나가는 연사가 된 기분입니다.

저도 조금은 공감 합니다. 반복된 실망과 무기력함. “우리가 떠들어 봐야 되겠냐? 선거나 투표를 통해서 바뀔 것 같으면 벌써 바뀌었어야 되는 거 아니냐!” 2007년 지난 대선을 전후로 KYC가 인터뷰 했던 20대 유권자들의 반응은 대게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아예 유권자로서 참여를 하지 않았거나 처음인 경우에도 “정치인들이 공정한 판단을 하기 보다는 기회만 주어지면 서로를 이용하려 든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후보 측근이라는 사람이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우리에게는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불쑥 내뱉은 걸 보면 어떤이들은 여러분이 정치에 무관심 하다는 사실에 흡족해 하기도 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 봐야 이익도 없고 재미도 없다. 과연 그럴까요?

제17대 국회는 올해 2월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법안 3,200여건 남겨둔 채 사실상 활동을 종료하였습니다. 정당간의 공방 속에 표결이 미루어진 것과 논의를 아예 해보지도 못한 법안들은 17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동 폐기될 법안들 중에는 2006년 9월 12명의 국회의원들이 서명한 ‘대학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인상률의 1.5배 이내로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있었습니다. 또 KYC가 청원하였던, ‘선거 날에도 근무 할 수밖에 없는 유권자들을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역시 자동 폐기되게 되었습니다. 어떠세요? 이런 것들은 얼핏 생각하기에도 20대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2005년 제출된 ‘문화재보호 기금법’ 제정안은 문화재보호기금을 설치, 이를 재해․재난 및 노후 등으로 인한 문화재의 긴급보수 및 문화재 관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불타버린 숭례문과 그 뒤처리를 생각하면 이런 법안이 2005년도부터 잠자고 있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들뿐만 아니라 ‘임대주택법’이나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등과 같은 민생법안에서부터 FTA에 관련한 법안들까지 사회변화와 나의 삶에 지대한 영항을 주는 것들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판단되고 결정되어 집니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가 정부와 정치인들이 하는 일에 넋 놓고 있으면 안 될 이유는 분명한데요.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20대들에게는 더 절실해집니다.

20대 여러분은 그 어떤 세대보다 막막한 현실을 물려받았지만, 그저 가장 중요한 마케팅 대상이고 부려 먹기 좋은 세대에 불과 합니다. 친구들을 물리쳐야 하는 잔인한 교육실험을 거쳐 겨우 대학에 진학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쏟아 부어야 될지 모를 대학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입니다. 우리중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 길이 없는 경제 성장률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빚에 짓눌린 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도 정치판에서는 연금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혜택은 줄이려는 시도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20대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안전과 성공은 자기가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고 시장의 자유와 부의 미덕을 역설하는 메시지를 귀가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삶의 현장이 이 지경이 되어도 정부의 정책이 옳은가를 묻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의심할 뿐입니다.

‘알면 얻고 모르면 잃는다!’는 말처럼 젊은 세대는 시사문제와 정부정책, 정치정세를 알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너무 많이 잃어 버렸습니다. 정말 너무 무지하고 무모한 유권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런 무모함이 범죄는 아니지만 우리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배가 산으로(?) 갈 형편인 정치판을 생각한다면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무관심과 막연한 기대로 머뭇거리는 사이 정부와 정치인들 또 다시 입에 발린 말만 되풀이 하며 여러분을 달래고 천정부지의 부동산가격처럼 다음세대가 태워야 될 장작을 미리 다 태워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정치는 남의 미래가 아닌 자신의 미래와 직결됩니다. 말뿐인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게끔 정부를 밀어 붙여야 합니다. 자신의 재당선 보다 우리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사람을 내세우고 싶다면 정치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함께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19세부터 29세 사이의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22%가 넘고 여러분은 정치를 바꿀 힘이 있습니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20대는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정치를 나 몰라라 하면 안 됩니다. 미래를 그저 운명에 맡기고 싶지 않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정책변화를 외치고 정치의 개혁을 위해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4월

KYC(한국청년연합회) 최융선

-중앙대학교 학보사에 기고한 편지입니다.



▲ 88무브먼트 ’20대국회의원 만들기’ 20대들의 문제를 어렵게 하는 주제들이 적힌 풍선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풍선이 터진 칠판에는 20대들의 희망이 적혀 있었다. (사진 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