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판결에 즈음한 대구지역 6월 항쟁세대 성명

우리는 17년 전 ‘87년 6월 항쟁’의 기억을 가슴 속에 화인처럼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20대 , 당시 80년대는 우리들의 청춘과 조국의 운명을 조금치도 달리하며 살아갈 수 없던 시대였다. 그 때는 흔히들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그 때 대학을 다녔던 또한, 그렇지 않던 그 누구도 여기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던 때였다. 그 때는 그런 시대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난후 알게 되어버린 ‘80년 5월 광주’의 진실,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책 한권이 가져다 준 가치관의 혼란, 연일 시국과 관련한 대자보가 나붙던 교문 앞 게시판, 메케한 최루탄 냄새가 가실 날이 없던 교정, 죽어버리거나 미쳐버린 친구들, 체육관에서 대통령이 선출되던 시절. 그래, 17년 전 그때는 그런 시대였다.

16대 국회에서 친일청산 특별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누더기가 되고 또한, 그 것 마저도 우역곡절 끝에 간신히 통과되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후,  친일잔재 척결이라는 온 국민의 열망이 좌절되고도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던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난 3월 12일 분명히 보았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코자 하는 그들의 무리 속에 친일 청산 특별법의 제정에 완강히 저항하던 자들이 섞여 있는 것을. 그리고 또한, 그 무리들 속에는 1인의 독재에 의한 영구집권을 꿈꾸던 소위 ‘유신의 본당’들이 섞여 있는 것을, 80년 5월 민주화를 요구하던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권력을 찬탈한 5공 정권의 부역자들이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거사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전가의 보도’였던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이 땅을 동토로 만들었던 빨갱이 사냥꾼들이 또 다시 목표물을 정조준하며 활극을 벌이는 모습을,  또 기댈 곳이라곤 지역감정 밖에 없는 무뇌아들이 마치 불나방처럼 권력에 굶주려 그것이 지옥의 연옥인줄 모르고 돌진하는 모습을 4천만 국민과 함께 똑똑히 보았다.

  우리는 지난 80년대 우리의 청춘을 걸고, 인생을 걸고 싸웠던 투쟁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역사 속에 남아있는 가를 , 4천만 국민들의 가슴 속에 어떻게 새겨져 있는 가를 다시금 돌이켜 본다.

우리의 친구 종철이를 물고문으로 죽이고, 한열이를 최루탄으로 죽이고 , 자신들의 지도자를 자신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국민들의 소박한 바람을 무지막지한 폭압으로 짓밟던 전두환 독재정권은 마침내 ‘87년 6월’ 초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 녹아 버렸다.

허나 우리는 그것이 승리이자 또 다른 패배의 시작인줄 알았다.

우리의 분열을 기화로 삼아 정치공작, 지역감정, 금권, 관권선거, 언론조작, 색깔 공세 등, 배수의 진을 친 군사독재 정권은 승리의 기쁨을 4천만 국민에게서 앗아가 버렸다. 그때  좌절감에 흘린 눈물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 후 우리는 지난날의 열정은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으나 ‘흔히들 사는 일’에 바빠 이 땅 민주주의의 도정과는 조금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3월 12일 국회에서 쿠테타가 감행되고 난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지난 시절 우리들의 투쟁이 패배 속에서 또 다른 승리를 잉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들이 친구들과 함께 흘렸던 피와 눈물들이 광화문에서, 부산 서면 로타리에서, 광주 도청 앞 금남로에서,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촛불로, 촛불로 되살아나 온 산하를 불사르는 것을 우리는 떨리는 가슴으로 바라보았다.

20대 청춘을 관통했던 80년대의 치 떨렸던 분노와 87년의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한 6월 항쟁세대는 이번 415총선의 결과가 탄핵을 주도한 세력에 대한 심판이며, 6월 항쟁의 형식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평가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매듭지어 지길 국민과 함께 간절히 기대한다.

6월 항쟁의 결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이정표이며, 국민의 동의와 국회법의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한 야당의 대통령 탄핵은 국민이 직접 손으로 투표하는 대통령 직선제를 부정하는 주권 침탈행위로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국민의 상식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각하 될 것이라 확신한다. 5월 14일 오전 10시 우리는 가족, 그리고 탄핵무효를 외쳤던 모든 시민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지켜 볼 것이다.

강시현,강향희,강현숙,권세욱,권오호,김건우,김경호,김경환,김광배,김남경,김동렬,김두현,김대원,김문환,김미자,김민주,김사국,김상만,김상헌,김일룡,김월호,김영진,김영태,김오현,김정화,김준년,김치우,김탁제,김태춘,김태호,김환진,김홍섭,김흥수,남궁진,남성희,류나영,류병철,류인성,박경호,박규룡,박재형,박광진,박성원,박용선,박은주,박정인,박준우,박진혁,박재춘,박형준,박형룡,변기식,배대영,서준영,서화석,석종훈,설창환,손기식,손성민,손석배,손영준,신동민,신명옥,안문규,안종률,안홍태,양광자,양효선,엄수민,오오병,우주영,유병철,윤경용,윤수정,윤주수,윤효석,이강인.이경미,이경민,이근성,이규영,이득현,이상욱,이상율,이승철,이성일,이성훈,이승익,이영미,이영대,이유자,이윤정,이은주,이종산,이재용,이정헌,이제웅,이철상,이태호,이춘희,우성근,윤경구,윤경용,이해숙,이홍우,임재봉,장성현,장일근,장제승,장현석,전미혜,정승원,정승필,정영경,정일화,정제봉,정춘목,정형진,정홍일,정희천,조광진,조성재,조동주,조준식,주선국,차주영,채명희,채원태,최국태,최성무,한상철,한승엽,함민수,홍성호,황남주,홍대식,황윤호,

대구지역 6월 항쟁세대 탄핵무효 촛불시위 참가자 일동

(대구KYC 공동대표 이홍우 외 136명)



노래는 윤도현의 ‘광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