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근본문제는 인구의 증가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서울의 인구집중을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행정수도 이전이다.” 이 말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아니다. 바로 유신독재정권 시절인 1977년 2월 1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특별시 연두순시를 하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한 말이다.

1977년 7월 23일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었고, 바로 오늘로써 25년째를 맞는 그해 10월 26일, 박 전대통령이 궁정동에서 당시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살해되지 않았다면 이 행정수도 건설계획은 실행에 옮겨졌을 것이다.

이때도 지금의 헌법재판소 기능을 하는 헌법위원회가 있었다. 그 당시에 헌법소원이 있었다면 헌법위원회 위원들이 과연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위헌소송도 없었을 테지만 헌법위원들은 절대 위헌판결을 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그러나 우리는 지금 ‘행정수도 이전 헌법재판소 위헌판결’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오후 2시에 내린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판결은 우리의 헌법사에서 길이길이 오명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은 위헌여부를 가려야 할 헌재가 스스로 헌법을 위반하는 결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경국대전을 들먹이며 관습헌법이라는 잣대를 대어 성문헌법을 개정하여야 한다고 헌재는 결정하였다. 많은 헌법학자들이 불문헌법인 관습헌법제도는 영국 같은 입헌군주제 나라에나 있는 제도이며,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헌법 국가에서는 관습헌법이 성문헌법을 보완하는 것이지 성문헌법을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고 다들 말하고 있다.

또 헌재는 ‘관습적으로 서울이 수도’ 라고 했는데, 수도는 서울만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서울의 옛 이름은 서라벌이고 서라벌은 현재의 경주이다. 그렇다면 조선 600여년보다 더 긴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의 수도 경주가 당연히 우리의 수도라는 논리가 되지 않는가?

그리고 관습은 중요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21세기의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봉건왕조시대의 의식으로 , 기득권 속에서 살아가는 헌법재판관들을 볼 때 한국의 미래는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불 시대의 늪을 10여년이 넘어도 건너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국토의 불균형발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임을 경제학자들은 다들 알고 있는데도 수도권이 지방민을 먹여 살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란다.

행정수도이전정책은 지방분권과 더불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는 핵심사업 중의 하나였다. 행정수도를 이전하였을 때 경기도가 1년에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약 8조원이라는 보고서가 있었다. 그렇게도 행정수도 이전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을 하지 않고도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펼 수는 있으나, 서울이 빨아당기는 삼투압은 상상 외이다. 1977년 당시 수도권 인구가 1천91만 명이었는데, 2003년 말 수도권 인구는 2천324만 명이다. 두배 이상의 확장이다. 공룡이다. 수도권지역에 1년에 포항만한 도시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추세라니 앞으로 10년 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다시 한번 확신하건대, 이번 헌재의 판결은 우리헌법이 보장하고 추구하고 있는 기회균등, 호혜평등이라는 헌법의 대원칙을 무시한 것이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국가의 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122조와 123조 2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10%의 국토에 50%의 국민이 모여 살며, 경제활동의 70%를 잠식하는 지금의 현실이 우리나라 성문헌법이 추구하는 국가의 균형발전이며 국민의 기회균등, 호혜평등의 원칙에 맞는 일인가, 헌재는 답해야 한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헌법재판관이 만들어 내었다. 2004년 10월 21일은 역사 속에 헌법 치욕의 날로 남을 것이다

자치분권전국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