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오늘 만난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조금… 미안해서…

본부 회의에 참가하려고 먼길을 올라왔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저녁식사도 못하고 헤어져서 미안합니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그의 착한 어깨가 눈에 선하네요.

하필 오늘 나는 왜 바쁜 걸까?

kyc 일이 마음처럼 잘 안되어서 자신에게 화나고 지부 식구들에게 미안하고 그런 심정으로 회의에서는 kyc의 현재 역량으로 그 사업이 되겠냐고 이야기했다가는 또 열심히 하려는 동지들에게 미안해 하는 그를 바라봅니다.

이젠 흘쩍 나이 40을 넘어버린 이마의 주름이 오늘 유난하네요.

하필 오늘 나는 왜 바빴을까?

그의 손이라도 잡아줘야 하는 건데…

아니 당신이 없었으면 그 지부 벌써 망했을 거라고, 정말 수고 많았다고 이야기해 줘야 하는 건데…

잠깐 쉬는 시간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네요.

상상력 없는 사람을 만나면 재미가 없다고 한 것이 혹시 나는 아닌가 뜨끔했다고…

나이도 있고 상상력과는 도시 관계 없이 살아와서 혹시 나도 재미없는 사람이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선하게 생긴 그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래요. 확실히 재미는 없습니다. 말도 길고 때론 요점도 불분명하지요.

하지만 당신의 삶에서는 어떤 향기가 납니다.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냄새, 염치있게 행동하는 사람만의 냄새…

특히…

내가 힘들고 아플 때 형님처럼 나를 안아줄 것 같은 냄새.

나는 갖고 있지 못한 바로 그 형님 냄새…

아이, 이렇게 멋진 말을 오늘 해줘야 하는 건데 왜 오늘 나는 바빴던 걸까?

한번은 전화를 해서 후원금을 보내줄테니 계좌 번호를 달라고 했던 사람, 뻔히 살림살이를 알고 있는데 그렇게 마음써주는 사람, 나야 퇴근하면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과 알콩달콩 누룽지를 긁어 먹지만 웬지 차가운 냉골방에서 외로워할 것같은 사람, 다른 취미활동도 없이 kyc 활동하는 것으로 삶의 재미를 삼는 사람…

다음에 오시면 제가 꼭 저녁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그때는 대표님도 활짝 웃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