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 KYC 3%클럽 이사)

복지사회와 무상급식

오는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관심의 기원은 2000년대 중반 친환경 우수농산물 사용과 직영 전환을 골자로 하는 급식조례 제정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학교급식 문제는 당락의 변수로 작용했으나 최근처럼 주요 쟁점이 되지는 않았다. 무상급식이 전국적 쟁점이 된 계기는 지난 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도의회에 제출한 경기도 내 초등학교 무상급식예산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전액 삭감된 사건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현재 여권의 분위기는 반대가 대세이며, 야권은 전면 실시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여야 공히 의견이 통일된 것은 아니어서 아직 찬반이 섞여 있고 찬반 강도에도 차이가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가르는 핵심 논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상급식이 저소득층에 한정하여 지원하는 시혜적 복지냐,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냐의 문제이다. 여권의 입장은 전자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찬성 입장은 헌법상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에 의거하여 무상급식은 국가의 의무라는 견해에 기초한다. 의무교육 단계에서 수업료와 교과서 대금을 받지 않듯이 그 자체가 교육 교재의 일부인 학교급식 역시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정 문제이다. 부자에게 공짜 밥 제공은 교육재정의 형편상 불합리하다는 것이 반대주장의 주요 논거 중의 하나다.


시혜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서울시의 경우 현재 예산이 20조원을 넘고 16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1위이지만 무상급식지원은 전혀 없다.

서울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는 연간 1900억원의 예산이 소요돼 전체 예산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재정문제가 문제의 근본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전국 지자체의 무상급식 예산 상황을 보아도 드러난다. 16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각각 9위와 15위인 경남과 전북이 무상급식 지원예산은 200억 원을 넘어 전국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의 교육감이나 시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재정상황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사안은 단지 무상급식 자체가 아니라 친환경, 직거래 무상급식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지역 생산자 단체와 연대하여 친환경 식재료가 직거래로 학교에 공급되고, 그 결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의 무상급식지원율이 63%를 기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상급식 논의는 교육 차원을 넘어 농업의 산업적 기반을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주제이며, 학교-농가 직거래를 통해 계약 재배와 안정적 판로가 확보된다면 가격과 품질의 안정성을 동시에 도모하고 재정지출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무상급식 논쟁은 오랜만의 건설적 정책 논쟁으로 향후 우리 사회와 정치의 선진화에 중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복지 강화라는 시대 담론이 활성화될 수 있다. 구호만 난무할 뿐 복지담론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등의 의미와 우선 순위 등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를 통하여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며, 상품이 아니라 가치라는 합리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따뜻한 사회 전기 됐으면
둘째는 정책 중심 정치와 선거의 가능성이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놓고 경쟁하는 여야 후보들은 무상급식에 대한 치열한 찬반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논쟁이 사회적 복지세력 강화에 일조하는 기회가 되리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중요 현안 중의 하나가 사회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상시적 고실업 사회, 고령화의 진전에 대응하여 우리 사회의 성장, 분배 및 복지에 관한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복지가 진보세력의 전유물은 결코 아니다. 무상급식문제를 두고 이루어지는 최근의 논의가 복지강화라는 시대담론의 공론화와 정책 중심 정치의 계기가 되고 궁극적으로 복지세력 강화로 이어져 시민들의 인간적 삶이 보장되는 따뜻한 사회를 이루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출처:  2010-03-11 내일신문 [신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