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민주주의 발전과 지역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을 반대한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것이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과거 군사쿠데타로 인해 30년 동안 지방자치가 전면 중단되었던 지방자치의 암흑기를 생각한다면 지방자치의 부활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의 활성화이자 민주주의의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가 지방분권과 지역활성화를 이룰 뿐 아니라 주민자치에 의한 민주주의의 확대를 이루리라던 기대와는 달리, 오늘의 지방자치는 현실적으로는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지역토호들이 자치단체나 지방의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지역주민에게 권력을 배분하는 제도인 지방자치가 지역토호들의 이권수단으로 전락해버렸으며 이 제도 안에서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이어야 할 주민들의 참여는 제한되고 있다. 또한, 중앙정치의 파행성이 지역정치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중앙정당이 부패하고 지역주의에 물들어 있다보니 지방자치를 통해 정당정치의 바람직한 원리가 지역에서 구현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정치의 역기능이 지역으로 확산되는 역효과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왜곡된 지방자치를 어떻게 건강한 지역자치와 주민자치로 거듭나게 하느냐 하는 것이 지방자치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과 지역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시도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각 정당이 중심이 되어 국회에서 진행 중인 지방자치법과 선거법의 개정논의 역시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돈안드는 깨끗한 지방선거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유능한 지역일꾼을 선출하기 위해 선거공영제를 확대하고, 후보자의 정치자금의 모금 기회를 확대하고, 정치신인들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모색하는 것은 비록 늦었지만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의 확대가 거론되는 것은 지방자치를 더욱 퇴행시킬 수 있는 것으로서,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현대정치가 정당정치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의 참여는 원론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으며 오랜 기간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온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원리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학 교과서의 원론일 뿐 정당정치에 의한 지방자치의 심각한 왜곡현상을 감안할 때 지방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기초선거에서의 정당 공천은 배제되어야 한다.

첫째, 현행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에 의한 지역 줄 세우기와 중앙정당과 지역토호의 유착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공천의 확대는 지방자치를 더욱 파행적으로 끌어갈 것이 자명하다.

둘째, 이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데 정당공천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치러진 세 차례의 4대 동시선거는 강력한 일관투표 행태로 인해 후보선택의 경직성만 강화되어 정당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의는 88년 제정된 지방의회의원선거법에서 알 수 있듯이 그다지 새로운 주장은 아니며, 특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의 공천배제는 극히 자연스러운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국회의 정치개혁을 자문하는 정치개혁범국민협의회가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을 주장한 것은 정치학 원론에 속박되어 지방자치의 상황과 시민사회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의 흐름을 정치권에 전달해야 할 정개협이 시민사회와 동떨어진 주장을 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정당정치의 현실과 지방자치의 현주소에 대한 현실인식과 평가를 근거로 새로운 인재발굴을 통한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주민참여의 확대를 목표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며, 이러한 요구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과정에 충분히 반영되길 요구하는 바이다.

– 고양초록정치연대, 군포풀뿌리정치연대, 서울시민포럼, 성남 생활정치네트워크 희망21, 안산생활정치네트워크, 초록정치연대, KYC(한국청년연합회) / 이상 7개 시민사회단체

– 김낙준, 추경숙(도봉구의회), 강영모, 김달수, 김범수, 김혜련(고양시의회), 이창수(안산시의회), 이현주(양천구의회), 김금희, 유정희(관악구의회), 이재수(춘천시의회), 이은주(수원시의회), 백해영(구로구의회) / 이상 지방의원 1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