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증진에 실효성 없는 대북결의안을 반대한다

유엔인권위에서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유럽연합과 일본의 주도 하에 공식 의제로 상정되었고 15일 투표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미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북인권결의안은 북의 인권증진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음을 우리는 목도했다. 오히려 북이 유엔의 틀 안에서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던 일련의 움직임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인권증진을 위한 대화와 협력보다는 고립과 대결을 조장하고 말았다. 국제사회에서 패권국의 전횡을 막는 것이 바로 유엔의 창립 정신이며 인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특정 사회를 옭죄는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유엔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하지만 대북결의안의 내용과 그 채택 과정은 유엔의 정신과 기능이 강대국의 입김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결의안이 정치적으로 오염되어 있으며 내용 역시 편향적인데다가, 유럽연합 ․ 미국 ․ 일본 등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비윤리성을 비판해왔다. 하지만 공개된 결의안 초안은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층 강도 높게 북을 몰아세우고 있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여전히 ‘영아살해’ ‘정치범 수용소’ ‘강제 교화노동’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자유권의 심각한 후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치밀한 사실 확인은 찾아 볼 수 없다. 사실 확인과 근거를 적시하지 않으면 이는 한 나라에 대한 치명적 비방이 되며, 결의문의 권위 또한 스스로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우려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식량권, 생존권, 평화권 등 북 인민에게 가장 시급한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점 역시 여전하다.

인권의 증진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개입이 아니라 상호증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권의 역사는 웅변해 주고 있다. 국제 인권 기준의 준수는 일국 차원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결의안이 고립과 압박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항변하는 북에게 지금과 같은 일방적 개입만을 주장하는 것은 북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일례로 이번 결의안 초안에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보다 상세히 언급된 것은 경색된 북일 관계, 해명되어야 할 납북자 문제의 진실 등을 고려해 볼 때, 북 정부를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이기 보다는 스스로 빗장을 잠그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도 지적하고 있듯 결의안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일으킨 명백한 인권침해국이며 북에게 강요하고 있는 국제규약에 이들 역시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중성은 이미 지겹도록 지적해 온 점이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태도 속에서 인권 증진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다.

또한 북 체제 붕괴를 재촉하면서 유엔 안보리 상정과 무력 사용을 공공연히 떠들고 있는 NGO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이들은 북 인민의 실질적 인권증진에 결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공개처형을 문제 삼으면서도 공개처형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비윤리성에서도 드러나듯, 이들의 관심은 북 인민의 인간다운 삶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 정권을 붕괴시키는 데 있다. 평화 없이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무력사용과 같은 반평화적 방법을 들먹인다면 이들은 인권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에 촉구한다. 북인권을 둘러싸고 경색된 국제관계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남한 정부이다. 뿐만 아니라 북인권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화된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그만큼 위협받는, 곧 우리의 문제이다. 정부가 이번 유엔인권위에서 보여준 두루뭉술한 외교적 언사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 남북 공동의 인권신장을 위해 어떠한 경로를 밟아야 하며, 국제사회가 어떠한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우리의 방안과 입장을 유엔무대의 장에서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결의안에 한국정부가 반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유엔인권위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신중하게 행사하길 간곡히 촉구한다.

2005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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