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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기도

 

  이글은

<기분좋은 만남7월호> 시대정신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류

은 옥 회원



최근 일터를 병원으로 옮겼다. 미래의 아이들을 만나는 곳이다.





며칠 전 바나나우유를 달게 마시던 임산부를 만난 일이 있다.





“아기 가지셨네요. 그런데 바나나우유를 좋아하세요?”





“네, 바나나가 들어있어 일반우유보다 나을 것 같아서 일부러 먹어요.”





바나나우유에는 바나나가 없고, 딸기우유에는 딸기가 없는 대신 인공향과 화학첨가물로 맛을 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신세대 예비엄마의 말에,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과 교육은 남의 일이라고 간과할 부분이 아니라 여기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장씩 아파트 문 앞에 붙여지는 피자나 치킨광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걸고 선전해대는 패스트푸드에 아이들이 무너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주변에서는 “우리 집 아이는 차분하지 못해요. 집중을 못하고 산만해요”, “예전의 아이들보다 훨씬 부산하고 공격적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부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몇 년전 SBS에서 방송된 ‘잘먹고 잘사는 법’에도 보면 서구식 식생활과 가공식품에 익숙한 요즈음 아이들의 건강상태 정도에 관해 모발분석을 통한 중금속 오염을 알아본 사례가 있다.





알루미늄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넘으면 몸에 안 좋은 것은 물론 정신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지게 되는데, 아이들의 중금속오염 상태가 심각하다면 식습관조절로 상태가 개선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검사이다.





서울지역과 농촌지역 초등학생 검사 결과 72.2%와 75.8%의 학생에게서 알루미늄기준치를 초과한 결과가 나왔다. 편식이 심한 초등학생보다 식생활 습관이 나은 편인 고등학생의 경우도 기준치를 초과한 학생이 24%였다. 종합해보면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중금속 오염 실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고, 초등학생일수록 중금속에 더 오염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여러 명의 의사들은 대기오염, 아이들이 먹는 식판, 식기, 알루미늄캔 제품, 과자 봉지 안의 알루미늄 등이 원인이 아닌가 광범위한 진단을 내렸으나, 식생활습관이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미밥에 채식을 하는 학생들의 모발에서는 중금속 수치가 현격하게 낮게 나왔다.





이것은 야채 중심으로 식사를 하는 아이들이 오염된 음식에 접할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사실과 현미, 야채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섬유질 등이 몸 속의 중금속을 흡착해서 배설한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이 즐겨 마시는 청량음료는 아이들을 난폭하게 만든다고 한다. 1979년~1980년 일본에서는 탄산음료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때가 일본에서 교내폭력이 시작된 시기와 일치한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생명의 기본요소인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가 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이맘때쯤이면 가마솥에서 젓가락으로 꾹 찔러낸 식은 감자를 맛나게 먹던 기억을 자주 떠올리며 지낸다.





어른들이 들 일로 집을 비운 여름날 시골 아이들의 주된 먹거리는 주로 삶은 감자나 거친 개떡 말고는 텃밭에서 따먹는 꼭지가 쓴 조선오이가 전부였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은 어떠한가?





문구점에서 슈퍼에서 아이들이 집어 드는 먹거리를 보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온갖 화학첨가물 범벅인 것을 먹고 또 먹으라고 재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눈과 입맛을 자극하는 광고에 유혹당하는 요즈음 아이들 기억 속에 ‘엄마의 맛’이라는 씨앗 하나 심어주는 일, 그것은 깨어있는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다.





피자나 치킨 대신 현미밥이나 잡곡밥, 된장과 고추장, 청국장, 김치 등 거칠고 냄새난다고 밀어내는 우리 전통식품을 자주 접하게 해주는 것을 과제로 여겨보면 어떨까?





한 끼의 식사를 통해 우리는 기룸(기름)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생산지에서 쏟아내는 수고, 장맛을 내기위해 날마다 장독을 살피는 어머니의 정성과 같은 돌봄과 나눔의 문화가 담겨 있어야 제대로 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좋은 먹거리는 자연의 일부인 우리의 생명을 길러내고, 환경도 살려낸다. 기룸과 살림의 지혜가 담겨있는 우리 땅에서 난 먹거리로 정성스레 밥상을 준비하는 수고를 통해서만 건강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고유의 것이 빚어내는 맛, 그것도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후손에게도 이어져야 하는 유전인자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깨어있는 우리의 혜안은 소리없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안에 소중한 생명의 씨앗 하나 키워보자.





에드워드 브라운의 ‘음식에 대한 기도’를 보면서 생명을 길러내는 물질의 가슴에 고요히  잠겨 보는 시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류은옥

회원님은 한살림천안아산생협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물질이 아니라





                     물질의 가슴입니다





  그리고 돌과 물과 흙과 햇빛의 살과 피입니다












   음식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정확히 노력이며





                 주의깊게 길러진 것이며





   수많은 생명과 존재들이 함께 한 것입니다












                   이 음식을 먹음으로써





             나는 물질의 가슴에 들어가고





            또한 나는 꿈을 현실로 바꾸는





        복잡한 생명활동에 참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