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 남북일 시민사회 나서야
북피폭자 일본원호법 지원 못받아, 한국 2002년부터
시민사회 60주년 국제연대로 풀어라

작성날짜: 2005/02/04
강국진기자



일본에 원폭이 투하된 지 60년이 흘렀다. 하지만 피해는 아물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의 고통 또한 전범국 일본의 편협한 정책으로 배가되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 피폭자들은 오래전부터 자국 원호법에 따라 치료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피폭자들은 2002년에야 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북측 피해자들은 그나마도 남의 이야기다.

따라서 남북공조를 통해 원폭피해자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움직임이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또 남북한 뿐 아니라 일본의 시민사회까지 함께하는 국제연대를 통해 올해를 ‘원폭 아픔을 넘어 평화로 가는 원년’으로 삼아보자는 제안이 탄력을 받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화 원년 삼아보자

지난 26일 오후 4시. 대구KYC는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피폭자들에게 일본 원호법을 조건없이 적용할 것을 일본의 정부와 시민사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 기자회견은 한국 시민단체가 일본에서 북한 원폭피해자 문제 해결을 거론하고 나선 첫 사례이다. 대구KYC는 그동안 원폭피해자 구술증언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피폭자 인권운동을 벌여왔다.

“원폭투하 60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과제를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함께 풀기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쟁 범죄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함께 하자는 겁니다. 물론 과거사 규명이나 북한 등 모든 피폭자를 지원하는 것도 시급하죠. 이를 위해 일본 시민사회에 호소하려고 온 것입니다.”

이 단체는 특히 북한 피폭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피해가 국적에 따라 달라집니까? 일본정부는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북한의 피해자가 일본을 방문해 건강관리수당을 신청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한일 시민단체가 연대해 북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합니다. 그게 조일관계를 서둘러 정상화하고 동북아 새 공동체를 만드는 첫 걸음이죠.”

조광진 대구KYC 평화통일센터 실행위원은 이날 “원폭 투하 당시 조선인 피폭자들은 당시 정치관계상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일본정부의 공정한 원호법지원을 촉구했다. “납치문제로 일본이 북한과 미묘한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먼저 북한에 마음을 여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구KYC는 이날 원폭투하 60주년을 기념하는 한일 시민사회 공동행사도 제안했다. 이 단체 이상욱 대구KYC 공동대표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같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함께 원폭 투하 60년을 생각하고 미래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자”고 호소했다. “인도주의적 차원도 있지만 북일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도 원호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김동렬 대구KYC 사무처장은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 핵폭탄 없는 동북아시아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피해가 국적따라 다르나?

반핵평화활동을 진행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3일 자리를 함께 해 활동을 공유하고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KYC(한국청년연합회) 제안으로 마련된 이 날, 각 단체들은 오는 17일 다시 모여 향후 활동과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참석단체는 평화네트워크, 평화여성회, 평화박물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


현재 북한 원폭피해자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조일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다는 것. 물론 일본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2년 의료진을 북측에 보내 피폭자들에 대한 문진을 실시한 바 있다.


일본인 피랍문제로 국교정상화에 걸림돌이 발생한 상황이지만 전범국인 일본이 도의적,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북측 피폭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다. 일본의료진의 조사결과가 북측 피폭자 실태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북한과 국교수립을 공식적으로 체결하지 않더라도 피폭자 문제는 인도적 차원과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차원에서 구별되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북핵문제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피폭자 문제가 북핵에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정세가 원폭피해자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원폭피해자 문제 해결에 남북이 공조할 좋은 밑거름이 되는 사례가 없진 않다. 지난 2000년 곽기훈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계기로 재외 피폭자들에게도 일본 원호법이 적용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현재 원폭피해자들은 원폭60주년 되는 올해 남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서 일본정부가 북측 피폭자들에게도 원호법을 적용하게끔 압력을 행사하는 국제연대 활동을 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폭투하 60주년을 맞아 미국의 책임을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폭투하는 명백한 전쟁범죄로서 단죄 대상이라는 것이다. 김동렬 사무처장은 “미국은 핵을 실전에서 사용한 유일한 국가이고 원폭 희생자들 다수는 전쟁당사자가 아닌 양민이었다”며 “70만명 가까운 인명을 학살한 책임 없이 북핵문제 등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미전범 책임 물어야


그는 또 “어떤 방법으로든 미국은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는 것도 앞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오늘까지도 ‘전쟁 조기종결과 인명살상 방지’ 명분을 들어 원폭투하를 정당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국진ㆍ박신용철 기자 globalngo@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