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식 시장님께

시장님 도대체 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으십니까?

먼저 이런 내용으로 공개편지를 드리게 되어 정말로 유감입니다.

또 1년 6개월 동안 소송까지 벌였던 지금 다시 시장님께 해야 하는 질문이‘도대체 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내용이라니 이것은 더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그간 한번도 시장님께서 직접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에 대한 입장을 말씀하신 적이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간의 과정을 요약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지난 2002년 7월 포항시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한 때로부터 벌써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하여 납세자인 우리와 세금으로 만든 예산을 집행하는 대표자인 시장님이 1년 6개월에 이르는 행정소송을 해야 했고 올해 초(2004.1.8)에야 법원으로부터 공개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금 판결을 받은 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 우리는 시장님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받아보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결 후에는 당연히 받아보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시장님께서 혹시 아십니까?

그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담당자가 바빠서’ 입니다.

처음 판결이후 공개를 요구하자 자치행정과에서 총선 때문에 너무 바쁘니 총선이 끝난 후로 정보공개청구를 미뤄 달라고 몇 차례 부탁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여러 사람이 의논을 해서 총선이 끝나고 정보공개 청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그때도 마음이 개운하지는 못했지만 담당자들에게 너무 과중한 업무가 있다면 조금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습니다.

포항시는 우리가 공개를 요구한 2001.1.1부터 2002.6.30까지 포항시장 명의로 지출된 업무추진비내역이 6만매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여태껏 누구도 업무추진비내역을 볼 수 없었기에 사실로 받아드렸습니다. 포항KYC는 정보공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하고 분석 작업을 위하여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등의 준비를 하면서 지난 5월 6일 다시 포항시에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공개 기일인 14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공개서류를 받으러 갔을 때 시에서 내놓은 것은 약350페이지 정도의 서류 한뭉치가 전부였습니다. 담당자가 바빠서 3개월 분량(2002.4.1~2002.6.30)밖에 못했다며 차차 해주겠다는 대답과 함께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어이가 없어 일단 수령을 거부하고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며 돌아 왔습니다. 기가 막혔지만 복사를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담당자의 말 때문에 그리고 한분은 쓰러지기 까지 했다는 말 때문에 – 350장정도 되는 서류를 복사하느라 두 사람이 일주일을 야근작업을 하고 과로로 쓰러지기까지 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5월24일 다시 시청을 찾아가서 담당자들과 협의를 했습니다. 아니 간절히 부탁을 했습니다. 업무가 바빠서 못했다면 우리가 직접 복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안된다더군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그것도 2년 동안 재판까지 해가면서 정보공개를 받을 권리를 확인했는데 이제 와서 시청의 일이 많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니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들과 언제까지 해달라느니 그때까지는 안 된다느니 하며 무슨 협상이라도 하듯이 얘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반드시 공개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간절했고 결국 6월 20일까지 3개월 치를 더 복사해준다는 말에 물러서야 했습니다. 나머지도 빨리 복사해달라는 부탁을 몇 번이나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서류를 받으러 갔다가 역시 ‘바빠서’ 못했다는 말과 함께 다시 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상이 제가 오늘 시장님께 공개편지를 드리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우리는 그간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연히 받아야할 자료를 시간을 연기하면서 또 시청 담당자의 일정에 맞춰 나누어 받기로 한 것에 대해 몇몇 사람들에게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사소한 문제 때문에 –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 시민단체와 시청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원칙을 어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우리가 얼마나 순진하고 바보 같았는지 후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2년간의 노력이 우리에게나 또 투명한 지방행정의 발전을 위해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던 분명하고 원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간의 과정에서 느꼈던 문제들에 대해 시장님께 공개적으로 묻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고 또 시장님의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털어버리기 위해서도 속시원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에 대한 시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시에서는 그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 지역사회에 불신을 낳고 행정에 대한 참여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것이 어떤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장님께서도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둘째, 덧붙여 그간 재판과정에서 포항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또 ‘분량이 6만장에 이르기 때문에 업무가 과중하여’라는 주장을 계속했는데 지금은 개인의 이름 등은 다 지우고, 분량은 시장님의 업무추진비 내역에 국한하여 3달치가 350장 정도이고 1년 6개월치를 추정하면 2100장 정도가 되니 업무가 그리 과중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즉각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셋째, 지금 와서 시가 공개를 미루는 가장 주된 이유가 담당자가 바빠서입니다. 그런데 2년이나 끌어오고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문제가 다른 일에 비해 뒤로 밀리는 것이타당한지 묻고 싶습니다. 담당자들의 말에 따르면 업무시간 중에는 다른 일들 – 예를 들어 행사에 참석한다든가 하는 문제들이라고 하더군요.- 먼저 해결하고 일과 후에야 복사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 다른 민원업무들도 업무시간외에 처리해야합니까? 담당자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민원업무를 기한 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온당한 일입니까?

넷째, 시장님께서는 이런 저간의 사정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다섯째,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담당자분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에게 공개하는 모든 서류를 한 부씩 복사해서 보관해야 한다고 하며 일이 곱절이나 많다고 하시던데 새로 만들어진 서류도 아닌 단순히 원본을 일부 가리고 복사하는 서류를 보관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행정력의 낭비, 예산의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관행을 고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다섯째, 시는 우리가 정보공개를 청구할 2년 전부터 아니 그 훨씬 전부터 매월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그런 계획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계획이 있었다면 왜 지금껏 시행되지 못했습니까?

여섯째, 정보공개청구는 시민들의 자치단체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행정참여를 확산하는 중요한 운동이며 제도적으로도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 후인 7월 1일부터는 공개를 제한하는 사유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로 정보공개 불가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개정정보공개법이 시행됩니다.

만약 개정법에 따른다면 지금 시에서 개인의 이름 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우고 공개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 됩니다.

현재까지 포항시가 일부 공개한 자료를 들려다보면 개인의 이름과 상호 등 모든 것을 지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정말로 의미 없는 행정낭비이며 행정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 됩니다.

시장님께서 전향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세부내역을 공개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일곱 번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지금껏 시장님께서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시는 것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물론 그 까닭이 시장님께서 이 문제를 다른 문제에 비해 가볍게 생각하시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재판까지 해야 했던 업무추진비 내역공개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공개토론회를 가지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어떤 자리 어떤 형식이든 다수의 관심 있는 시민들이 공개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상관없을 듯합니다.

그간 답답함이 많이 쌓이다 보니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생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시장님을 상대로 송사까지 해야 했으니 저도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나봅니다.

편지 속에 혹 불편한 구절이 있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십시오.

시장님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내내 건승하십시오.

2004년 6월 21일

업무추진비 공개 행정소송 원고 당사자

포항KYC 박규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