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새해를 맞아 드리는 글

새해가 밝았습니다. 병술년에는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있던지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이들에게 땀의 대가가 주어지기를 소망하며 전국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444 시민단체의 마음을 모아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개발주의와 성장주의의 극복이 필요합니다.

청계천 일대를 대낮처럼 불 밝힌 화려한 대형 전시물 뒤편에선 연말연시를 외롭게 지내는 이웃에 관한 보도가 넘치고, 국민의 영웅처럼 추앙되던 과학자가 초췌하게 변명하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지율스님의 단식은 논란을 떠나 개발우선이 가져다 준 아픔입니다.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아래 국토의 모든 곳이 개발의 열풍에 휩싸여 성장의 가능성에 환호하는 지역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지역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장제일주의에 매달린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결과만을 중시해 온 사회문화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장지상주의의 극복이야말로 해체된 공동체를 복원시키며 그 속에서 우리가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하는 길입니다.

양극화해소와 일자리창출, 고용의 안정이 사회 안정으로 가는 길입니다.

주가의 전례 없는 급등에도 불구하고 청장년 실업인구는 늘어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50만을 넘었고, 지난 연말에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입법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세모에 전라남북도, 경상도, 충청도, 제주도를 강타한 엄청난 폭설피해 현장에서 초로의 농민들이 흘리던 눈물과 농업의 위기에 절망적인 몸짓으로 항의하던 우리 농민들의 시위와 주장도 기억합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각한 사회불안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을 위해 2006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공론을 만들고 구체적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히 하고 우리 내부의 소모적 이념대결을 지양해야 합니다.

6.15선언이 명실상부하게 실천되도록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발걸음을 더 굳건히 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공고해 질수록 냉전시대의 유물과 잔재는 소멸해 갈 것입니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더 확대하고 주변 국가와 협력을 흔들림이 없게 하여 한반도의 평화체제 실현을 앞당겨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내부의 퇴행적인 보수 ․ 진보의 이념대결과 갈등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이는 소모적 정쟁과 쓸데없는 사회갈등을 부추겨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참여로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중요한 해입니다. 지방자치 실시 10년이 지나는 동안 지역주민의 주권보다는 자치단체장의 ‘치적쌓기’ 행정으로 지역경제는 무력하고 황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주민이 선출한 공직자가 부정과 부패로 임기를 못 채우고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이며, 일하지 않는 지방의회 의원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올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새 역사를 기록하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금권, 인맥, 학맥, 지역감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장에서 헌신할 일꾼을 가려 뽑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시민단체와 함께 후보자들의 정책과 일할 능력을 꼼꼼히 평가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을마다, 지역마다 주민의 참여와 주민의 감시와 주민을 위한 정책이 세워지고 실현될 때 우리 개개인이 희망을 실현할 수 있으며 웃음이 넘치는 사회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바라건대,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기 바랍니다.

심화되어가는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실업자의 증가, 비전이 없는 교육, 일자리가 없어 생존의 위기에 몰린 수많은 서민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행정이 절실합니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호언하는 한편으로 기업도시 추진계획을 세워 기업에게 막대한 개발차익을 보장하면서 환경을 무참히 파괴하고 개발광풍을 불러일으키며, 또 사회갈등을 해결하겠다는 한편으로 구색맞추기식 토론으로 갈등을 심화시키는 식의 국정운영을 국민이 얼마나 인내하며 지켜보아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으로부터 지혜를 구하고,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자양분삼아 행정을 이끌어 나갈 것을 바랍니다.

성찰과 혁신으로 희망의 그물을 짓는 시민운동이 되겠습니다.

반성과 자성으로 새해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시민운동이 과연 시민사회의 등불로서 제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구태와 타성에 젖어 활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 눈의 들보를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치열하게 평가하고 비판하여 부단한 자기혁신을 이뤄낼 것입니다. 시민운동이 사회 정의를 바로세우고, 시민의 권리를 확장하며, 공동체의 발전에 관한 지혜를 발휘하려면 시민의 참여와 질책이 있어야 합니다. 전문성을 가진 분은 그 능력을, 돈을 가진 분은 십시일반을, 시간을 가진 분은 시간을 나누어주십시오. 각계 각층 시민의 희망을 그물로 지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새해에도 더 많은 애정과 참여와 나눔으로 함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6년 1월 5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