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의 날’ 행사 모니터링 보고

오전 9시 15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신사임당의 날’ 행사를 알리는 매표소와 홍화문사이에 설치되어 있고 행사를 소개하는 리플렛을 나눠 주었습니다. 리플렛 한쪽 접선 부분을 절취해 제출하면 입장권을 대신하도록 하였더군요.

10시에 기자회견이 시작되었고, 서울KYC에서는 오정택 궁궐길라잡이 대표님, 김하경 간사, 하준태 간사, 박종원 경운궁 궁장님 그리고 제(천준호 공동대표)가 참석했고, 전체적으로는 20여명이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기자회견은 홍화문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놓고 그 뒤에 2열로 서서 피켓을 들고 진행되었습니다. 집회를 하려면 집시법에 따라 신고를 해야 하지만, 기자회견은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 없이도 어디서나 가능하죠. 그래서 기자회견의 형식을 많이 빌어서 주장을 알리기도 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KBS, SBS, 연합뉴스, 한국일보, 국민일보, 조선일보, 시민의신문, 오마이뉴스, CBS노컷뉴스, CBS TV, C&M 의 기자들이 참석하셨습니다.

이외에도 문화재청 관계자, 창경궁 관리소 직원 다수가 기자회견에 높은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현장 모니터링에 들어갔습니다. 모니터링은 (1)궁궐의 가치, 본래 기능과의 연관성 여부 (2)장소 허가조건 준수 여부 (3)관람권 침해 여부 및 관람객 반응 (4) 문화재와 관련시설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행위 등을 중심으로 4개로 편성해서 디카와 캠코더를 이용해 이루어졌습니다.

작년 행사가 워낙 ‘막가는 형태’여서 올해는 행사장의 질서 유지, 음식물의 관리 등은 나름대로 철저히 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식사 장소는 창경궁 선인문과 관천대 부근으로 지정 되었습니다. 행사 내내 문화재청 관게자들과 주부클럽 관계자들이 예년 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냐고 여러번 강조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거는 당연한 거고 문제는 이런 행사가 궁궐에서 열린다는 그 자체이다’라고 반복했죠.

오전에는 시, 수필, 서예, 문인화, 자수 등의 예능 대회가 열렸습니다. 1인당 1만5천원씩 내고 참석하셨다고 하더군요. 3-4백명 정도가 참석한 것 같습니다. 문화재청이 지난 3월 ‘궁능원 장소 사용허가 규정’을 새로 만들면서 글짓기, 붓글씨, 그림그리기 등 예능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으니

앞으로는 익숙한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오후에는 본행사라고 할 수 있는 ‘신사임당 추대식’이 명정전 부근에서 벌어졌습니다. 약 1천명의 행사 참가자들이 명정전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을 무렵 박수소리가 요란해 쳐다보니 이명박 서울시장이 나타나셨더군요. 사회자가 시정에 바쁜 중에도 행사를 찾아주셨다고 하더군요.

본 행사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비슷한 양식이더군요.

전년도 사임당이 정체불명의 복장을 입고 입장하더니, 올해의 사임당이 역시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입장하고 그녀의 가족과 그리고 한복을 입은 시녀들(회장님의 표현대로) 수십명이 뒤를 따르더니 신사임당 앞에 앉더군요. 이어 주부클럽 회장님께서 추대사를 하시는데 나이도 꽤 있으신대 말씀 정말 잘 하시대요. 재미있게 듣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서두는 신사임당을 본받자는 말씀이셨고…

시민단체들을 의식한 듯, 궁궐에서 행사 하는 이유를 힘주어 말하시더군요. “우리가 이곳 궁궐에서 신사임당 행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수많은 여인들이 쪽문을 통해 궁궐에 들어왔다가 죽어서야 쪽문을 통해 나갔습니다. 수많은 궁녀들의 원혼이 떠돌고 있고 우리가 그들의 넋을 위로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회장님은 시녀들이 신사임당을 위해 한복을 예쁘게 맞춰 입었다고 칭찬해주시면서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이어 이어진 이명박 시장은 “평소 회장님이 시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데, 뒤에서 이런 좋은 일을 하고 계신지 몰랐습니다. 와서 듣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명박 시장에게 ‘시장님은 시정을 챙기셔야지 시정과 전혀 무관한 이 행사에 왜 오셨습니까’ 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는데 참았죠 뭐!

행사 중간쯤에는 사회자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멘트가 하나 들어왔다며 대통령 영부인께서 금일봉을 보내오셨다고 큰 박수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헐~

이어서 시상식을 하더니, 한국의집 소속의 무용단이 나와 부채춤 등을 추고 마지막 순서로 사물놀이 패가 풍물공연을 하더군요.

그리고 또 이런저런 시상과 공지가 이어지더니 행사는 오후 4시경에 종료되었습니다. 기념촬영과 기념품 배포가 이어졌습니다.

모니터링 참가자들과 간단한 평가회를 창경궁 안에서 가졌습니다.

총평하자면 작년과 같은 음주, 흡연, 판촉행사, 그리고 장기자랑 대회 같은 모습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행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볼 때 궁궐의 가치와 본래 기능과는 전혀 무관한 오히려 궁궐의 가치를 훼손하고 관람권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사임이 분명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각 자 촬영한 사진자료를 한곳에 모아 보고서를 작성키로 하고 모니터링 활동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궁궐 내 부적절한 행사가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어제 창경궁에서 벌어진 무슨 예절의 날 행사의 경우 명전전 뒤에서 취식행위를 비롯해 명정전 월대위에서 이런 저런 행사를 했었나 봅니다.

궁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만큼 시민의식이 함께 형성되지 않는다면 궁궐을 매개로 이런 저런 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집단도 많아지겠죠. 궁궐길라잡이 할 일이 많은 거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티렁과 문제제기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