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망치 세례’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

국경절 전야 상하이 와이탄거리 야경

최정은(jechoi97) 기자



▲ 황푸강 유람선에서 와이탄 야경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2005 오마이뉴스 김시연

상하이 직행 열차를 타기 위해 한 시간 반이나 여유를 두고 서둘러 역에 도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베이징 역 입구는 다음 날인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 국경절 연휴를 맞아 여행길에 오른 인파들과 짐들이 뒤엉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새치기 행렬을 온몸으로 밀치며 도달한 입구에는 보안검색대가 떡하니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중국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힘들다는 역 입구 통과 의례를 거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중화인민공화국 선포 56주년인 10월 1일 국경절은 베이징 최대 휴일 중 하나로, 10여 일간 휴일을 앞두고 여행길에 오른 사람들로 베이징 역이 붐빈다

ⓒ2005 최정은

12시간 심야 직행열차를 타고 도착한 상하이는 먼지로 뿌연 베이징 풍경과 판이했다. 중국에서 처음 본 파란 하늘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밝은 세상이 왜 그렇게 감사하던지. 이제 살만하다며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우리를 맞은 옌벤 출신 가이드는 “우리 상하이…”라는 말로 모든 서두를 이어가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중국 대륙에서도 지역 색깔을 찾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에 비해 상하이가 최고, 나아가 세계 최고!”

결국 베이징에 억하심정이 있냐는 물음에 “뭐든 최고”라는 말로 대신하고 만다. 가이드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와이탄 야경이 더욱 궁금해졌다.

자본주의 성과인가? 사회주의의 선전물인가?

경제중심지 상하이가 한 눈에 들어온 것은 건물 옥상에 장식된 각양각색의 지붕 때문이다. 왕관 모양에서 탑 모양에 이르기까지 야간 조명이 켜지는 순간 상하이는 빛나는 행성들로 가득했다.

와이탄에 이르러 상하이의 야경은 절정에 다다랐다. ‘만국건축박람회’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풍에서 현대식 건물이 즐비하였다. 밝은 조명으로 각 건물은 맘껏 자태를 뽐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듯, 수십 대의 관광 유람선이 물결을 일으키며 돌고 돌았다.



▲ 빨간 색 바탕에 흰 글을 새긴 플래카드는 중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선전물이다. “계속 강화하고, 개선하는 공산당의 영도력…”이 유럽풍 건물을 뒤덮고 있다.

ⓒ2005 최정은

전력난으로 중국 내 공장들은 여름철이면 2~3일씩 전기가 끊겨 휴업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허다하다는 말을 언론을 통해 몇 차례씩 접하곤 했다. 정부의 지원이 있는 몇 개 국유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공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곳 조명은 왜 저리도 밝게 켜져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력난이 심각해지자 건물 내 광고판이나 가로등 하루 한 시간 끄기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전력 사정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중국에서 와이탄을 화려하게 밝히는 전기가 얼마나 낭비인 줄 모를 리 없을 게다.

역시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 아래 운영되는 사회주의 사회라는 생각이 파고들었다. 누군가는 이런다. 저 조명은 곧 꺼질 거라고. 사회주의 정부의 선전물에 불과하다고….

상하이 어디에서나 이런 선전물을 찾기는 쉬웠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56주년을 기념하는 플래카드며, 개선하는 공산당의 지도력을 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민족을 강조하는 주문들이 사람들이 갈만한 장소 어디에나 눈에 들어왔다. 꺼지지 않는 자본주의 물결과 정신적 선전으로 사회주의를 이끌어가는 중국의 모습이다.



▲ 와이탄 야경만큼이나 외국계 기업들의 광고판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기업 LG전자도 홍보대열에 끼어 있었다.

ⓒ2005 최정은



▲ 전광판에 새겨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은 민족의 진보적 영혼이다”를 강조하고 있다.

ⓒ2005 최정은

2시간 거리 개방… 때릴 자유도 만끽?

‘펑펑’ 폭죽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잔뜩 기대를 모아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불꽃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 있어 그런가 하고 인파에 묻혀 장사치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각종 먹을거리, 천사날개, 소황제(小皇帝)라 불리는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재는 기계 등 국경절 전야 와이탄 거리는 완전히 자유의 도시로 바뀌었다.

중국에서 이런 구경을 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차량을 통제하고,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매년 섣달 그믐날 밤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러 온 사람들을 위해 종로 주변에 차량 통제를 하는 것처럼.

곧 폭죽 소리의 주범을 찾아냈다. 바로 커다란 ‘뿅망치’로 사람을 때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퍼진 것이다. 뿅망치 놀이규칙은 간단해 보인다. 장난감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은 자유롭게 때릴 수 있다. 단 그 순간 몰려드는 뿅망치를 상대할 각오는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일행도 뿅망치 하나를 구했지만 차마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는 못하고 소심하게 인파 속에서 가이드를 찾는 깃발 대신 썼다.

이 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중국공산당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고 들었다. 특히 국경절은 전례를 통해 단속이 심하다. 중국 기공수련단체로 알려진 파륜공이 국경절에 톈안먼광장에서 평화를 외치다 검거된 사건이며, 각 성에서 간간히 이들의 검거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하였다.

▲ 뿅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을 때리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망치들이 달려와 서로를 겨누며 때린다.

ⓒ2005 오마이뉴스 김시연

그런데 상하이는 국민들에게 2시간 동안 도로를 마음껏 누빌 자유를 주었고, 사람들이 모일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뿅망치를 들고 때릴 자유를 주며 축제의 거리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회주의 중국이 허용한 자유라는 측면을 생각해 보았다. 마음 속에 눌린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에서 보면, 막힌 의사소통의 또 다른 해소책이 아니었을까?

▲ 왼쪽 타워는 동팡밍쮸로, 1994년 10월 1일 국경절에 맞춰 만들어진 아시아 최고높이의 TV타워(468m)이다. 타워 내부에 마련된 회의실은 귀빈을 접대할 때 주로 이용된다고 한다.

ⓒ2005 오마이뉴스 김시연

세계 경제 중심으로 도약하는 중국의 빛과 그림자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와이탄거리 건너 푸동신구에는 아시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동방명주 타워가 우뚝 서 있다. 80년대만 해도 상하이의 낙후한 변두리였던 푸둥은 현재 세계 물류 중심지로 개발됐고, 80여개 국에서 1만2000여 건의 투자가 이뤄졌을 정도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푸동과 함께 상하이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바로 중국 최고의 철강 생산량을 자랑하는 바오산철강이다. 1978년부터 개발되어 지난 2004년에는 연간 철강생산량 1180만톤을 기록하는 등 포스코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 바오산철강 공장은 조각난 철재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철강판을 만들어내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김시연

▲ 바오산철강에서 생산한 철재를 실어 나르는 양쯔지앙(양쯔강)이다. 너비가 18km에 이르는 강으로, 바다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황색으로 물든 강은 병들어 보인다.

ⓒ2005 최정은

이처럼 베이징과 상하이를 직접 둘러보면서 화려한 거리 풍경만큼이나 빠른 경제발전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베이징의 매캐한 공기며, 바오산철강 옆으로 흐르는 양쯔강의 누런 강물을 바라보며 70년대 경제성장기 우리나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창 경제적 성과에 목말라 하고 있는 지금, 중국이 깨끗한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질까지 추구하게 될 날은 언제일까?



▲ 뿅망치 장사는 오늘 대성황을 이룬다. 젊은이들에게는 오늘이 용돈벌이의 최고의 날이다. 한가득 안은 뿅망치, 하나에 얼마?

ⓒ2005 최정은

이 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중국공산당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고 들었다. 특히 국경절은 전례를 통해 단속이 심하다. 중국 기공수련단체로 알려진 파륜공이 국경절에 톈안먼광장에서 평화를 외치다 검거된 사건이며, 각 성에서 간간히 이들의 검거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하였다.



▲ 뿅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을 때리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망치들이 달려와 서로를 겨누며 때린다.

ⓒ2005 오마이뉴스 김시연

그런데 상하이는 국민들에게 2시간 동안 도로를 마음껏 누빌 자유를 주었고, 사람들이 모일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뿅망치를 들고 때릴 자유를 주며 축제의 거리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회주의 중국이 허용한 자유라는 측면을 생각해 보았다. 마음 속에 눌린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에서 보면, 막힌 의사소통의 또 다른 해소책이 아니었을까?



▲ 왼쪽 타워는 동팡밍쮸로, 1994년 10월 1일 국경절에 맞춰 만들어진 아시아 최고높이의 TV타워(468m)이다. 타워 내부에 마련된 회의실은 귀빈을 접대할 때 주로 이용된다고 한다.

ⓒ2005 오마이뉴스 김시연

세계 경제 중심으로 도약하는 중국의 빛과 그림자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와이탄거리 건너 푸동신구에는 아시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동방명주 타워가 우뚝 서 있다. 80년대만 해도 상하이의 낙후한 변두리였던 푸둥은 현재 세계 물류 중심지로 개발됐고, 80여개 국에서 1만2000여 건의 투자가 이뤄졌을 정도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푸동과 함께 상하이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바로 중국 최고의 철강 생산량을 자랑하는 바오산철강이다. 1978년부터 개발되어 지난 2004년에는 연간 철강생산량 1180만톤을 기록하는 등 포스코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 바오산철강 공장은 조각난 철재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철강판을 만들어내고 있다.ⓒ2005 오마이뉴스 김시연(왼쪽)

▲ 바오산철강에서 생산한 철재를 실어 나르는 양쯔지앙(양쯔강)이다. 너비가 18km에 이르는 강으로, 바다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황색으로 물든 강은 병들어 보인다.

ⓒ2005 최정은

이처럼 베이징과 상하이를 직접 둘러보면서 화려한 거리 풍경만큼이나 빠른 경제발전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베이징의 매캐한 공기며, 바오산철강 옆으로 흐르는 양쯔강의 누런 강물을 바라보며 70년대 경제성장기 우리나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창 경제적 성과에 목말라 하고 있는 지금, 중국이 깨끗한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질까지 추구하게 될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