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코리안’ 모국어 배우러 대구에

“저느(는) 한-국-인-입니다..”

대구KYC 주최 15명 방문 열흘간 수업

사물놀이·캠프 등 다양한 문화 체험도 김효섭기자 hskim@yeongnam.com

“안녕하세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대구를 찾은 재일코리안들이 21일 대구KYC 사무실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안-년(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권-류-밉니다. 저느(는) 한-국-인-입니다….” 21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계산동 대구KYC 사무실. 10여명의 사람들이 나누고 있는 일본어 대화 속에 어눌한 한국어가 들렸다.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순서가 되자, 적절한 한국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듯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방 환한 웃음을 띠며 한국어가 재밌다고 했다. 이들은 ‘재일코리안’이다.

일본 오사카에 살고 있는 재일코리안 15명이 오직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대구를 찾았다. ‘자이니치’ 혹은 재일교포란 명칭을 두고 정치적 상황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표현을 위해 새롭게 생겨난 용어가 바로 재일코리안이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각별하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잃어버린 이들은 성장하면서 차츰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의 뿌리인 한국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자, 모국어 배우기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정인섭 교수의 ‘민족교육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일본 내 민단계와 총련계 학교는 각각 11개(초등학교 3, 중학교 4, 고등학교 4)와 153개(초등학교 85, 중급학교 56, 고급학교 11, 대학교 1)로, 일본 내 학교의 13.5%(민단 1%, 총련 12.5%)에 불과해 재일코리안 3·4세의 한국어 학습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에 대구를 찾은 재일코리안들은 쉽지 않은 기회인 만큼, 방문에 앞서 일주일에 한 차례씩 모여 한국어를 배우는 등 강한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재일코리안 3세 현화준군(19)과 강원홍씨(21)는 “수 년전 제주도에 갔을 때 한국말을 전혀 못한 것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로 남아 이번에 제대로 된 한국어 배우기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재일코리안 한글·문화체험 우리학교’는 대구KYC와 자매결연 단체인 KEY오사카의 제안으로 진행된 올해 첫 사업이다. 70여명의 재일코리안들이 일본에서 한국유학생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나 학습효과가 떨어져 이런 행사가 마련됐다.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열흘간 대구에 머물면서 오전에는 입문·초급·중급 3개반으로 편성된 한국어 수업을, 오후에는 사물놀이, 여름캠프, 피폭자가정 방문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한다.

김동렬 대구KYC 사무처장은 “재일코리안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재일코리안들에게 유익하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수업이 끝날 무렵, 김소계양(여·19)은 “찜갈비, 떡볶이가 제일 먹고 싶다”고 했고, 송우자씨(여·29)는 “한국어 수업을 배운 뒤 마그도나르도(맥도날드)에 가서 일본에선 맛볼 수 없는 ‘불고기버거’와 ‘한우버거’를 먹을 것”이라고 하자, 다른 재일코리안들도 “좋다”며 맞장구를 치면서 한국 음식문화 체험에 나섰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2005년 1월 기준 재외동포는 66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재일코리안은 중국(244만명), 미국(209만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8-08-23 07:58:5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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