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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국(ppiriri0k) 기자   

▲ 대구KYC가 국내 처음으로 제작한 원폭피해자들의 구술증언을 기록한 영상물을 시연하고 있다.
ⓒ2004 권형국

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해 국내 처음으로 지난 1945년 8월 일본에서 피폭당한 원폭피해자들의 생애와 그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시연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청년연합회 대구본부(대구KYC·공동대표 이상욱·이홍우)는 10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삼성화재 빌딩 17층 회의실에서 원폭피해자 생애 구술증언 영상을 상영했다.

대구KYC는 지난 2월1일부터 12월 9일까지 합천원폭피해자 복지회관에 거주하고 있는 78명의 원폭피해자 중 구술증언을 희망하는 원폭피해자 17명을 대상으로 구슬증언을 받아 영상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원폭피해자의 증언을 영상으로 자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KYC 김동렬 사무처장은 “우리 정부나 학계에서 실시한 한국인(조선인)의 원폭 피해에 대한 조사 자료가 거의 없다”며 “원폭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그들의 증언을 세상에 남겨야 하는 것은 ‘역사적 사료’로 가치가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1:1 자매결연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영상 제작

원폭피해자들의 생애 구술증언작업은 ‘평화길라잡이’에 의해 진행됐다. 평화길라잡이는 원폭구술증언을 듣고 기록하는 시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들로 원폭 피해자와 1:1로 자매결연을 맺고 생애 구술증언작업을 벌여왔다. 이번 영상시연회는 평화길라잡이의 활동을 1차적으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열린 것.

평화길라잡이는 구술증언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인 지난 6월 5일부터 6일까지 원폭피해 생애기록에 대한 워크샆과 사전교육을 받아왔다. 이들은 증언작업 진행중에도 일회성 인터뷰와 녹화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담당 피해자를 방문해 말벗이 되고 외식이나 나들이를 같이 하면 친분을 쌓기도 했다.

대구KYC 김동렬 사무처장은 평화길라잡이 활동에 대해 “평화길라잡이는 원폭피해자들의 생애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폭피해자에게 정신적 치유와 안정을 주고 있다”며 “시민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시민참여 방식으로 생애구술증언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원폭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의 나이로 증언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대구KYC 원폭구술증언 이태호 분과장은 “원폭 당시 상황을 증언할 수 있는 연령대의 피해자는 지금 나이가 너무 많아서 말을 잘 할 수 없었다”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원폭피해자는 당시 나이가 어려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원폭피해 구술증언 작업 계속…자료 모아 책으로 출간 예정

▲ 평화길라잡이와 대구KYC 관계자들이 원폭피해자 구술증언 영상물을 담은 씨디(CD)를 들고 웃고 있다.
ⓒ2004 권형국

대구KYC는 지금까지 진행돼 온 구술증언 자료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마련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원폭피해 보상문제를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도 원폭피해자와 1:1결연을 통한 구술증언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욱 공동대표는 “구술증언사업은 한국 역사속에 한국인 원폭피해자가 갖는 의미를 찾고 복원시키는 과정”이라며 “반전평화운동과 반핵평화운동의 일환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KYC는 이날 상영된 동영상과 녹취 기록을 바탕으로 향후 ‘원폭 구술 증언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날 영상시연회에서 한국 정부의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인색한 지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구KYC 이상욱 공동대표는 “국내에서는 원폭 피해 관련 법률과 피해 보상 제도가 전무하다”며 “국내에 생존하는 원폭피해자들도 피해보상을 받을려면 일본 후생성이 발행하는 건강수첩을 발급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원폭피해자에 대한 인식 전환과 지원 절실”

한국에 생존하는 원폭피해자중 건강수첩 소지자는 불과 1585명. 하지만 일본의 건강수첩 소지자만이 일본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월 3만4천의 치료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건강수첩을 발급 받기 위해서는 직접 일본으로 가야하지만 원폭피해자들은 대부분 노환 등의 질병과 비용이 많이 들어 쉽지가 않다는 것.

원폭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미비하지만 원폭피해자들을 대하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피해자는 2235명(10월8일기준)이다.

이태호 분과장은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 피해자들이 한국에 돌아왔을때 원폭에 의한 외상이 전혀 없는 분은 주위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에 아직까지 피해사실을 숨기고 있다”면서 일반인들의 인식전환을 강조했다.

“경험하지 못한 역사를 기록할 수 있어 기뻐”
평화길라잡이 성은진(21·대학생)씨와의 일문일답

-평화길라잡이를 하게 된 계기는?

“솔직히 이런 활동인지 몰랐다. 대학 전공이 영상관련학과인데 졸업작품을 찍기 위해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을 알게 되어 기쁘다.”

-평화길라잡이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합천 원폭피해자복지관을 방문했는데 어르신들이 평화길라잡이들을 친손자·손녀처럼 반겨 주셨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자신의 의지도 아니게 이국 땅에 끌려가서 원폭피해를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슬펐다.또 많은 시민들이 원폭 피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역사를 곁에서 지켜보고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아직까지는 원폭피해자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원폭피해자에 대한 국내의 자료나 정보가 부족했다. 그래서 사전 지식이 부족해 인터뷰에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졸업 작품 이외도 전공을 살려 원폭 피해자들의 영상을 만들고 그 진상을 일반시민들에게 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