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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사마 취재는 오는데 피폭자는 왜 안하죠?”
[인터뷰] 한국인 원폭피해자 취재한 한 일본 여기자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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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baebsae) 기자   

▲ 나까다 사치에 기자
ⓒ2005 오마이뉴스 이승욱

일본의 통신사인 교토통신 나까다 사치에(中田祐惠·26) 기자. 교토통신 히로시마 주재기자인 나까다 기자가 지난 10일 3박 4일의 취재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나까다 기자가 한국을 찾았던 이유는 히로시마 등 일본내에서 주목을 받고있는 미쯔비시 공장 판결이 오는 19일 결정나기 때문. 일본 미쯔비시 재판은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돼 히로시마의 미쯔비시 공장에서 일하다 피폭을 당한 한국인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을 말한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에서 일본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일제 강점기 당시 한국인 노동자들이 과연 ‘강제 징용자였는가’라는 부분이라고 한다. 나까다 기자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피해자들을 찾기로 했다.

“아직도 경기도 평택에는 미쯔비시 공장에서 일했던 피해자들이 20여명 정도 생존해있다고 합니다. 그분들이 어떤 이유와 과정으로 징용됐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한국을 찾을 결심을 했어요.”

나까다 기자가 강제 징용이냐 아니냐라는 문제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나까다 기자는 한국을 첫 방문한 지난 7일 도착하자마자 경남 합천을 찾았다.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리는 원폭피해자 복지회관을 찾기 위해서였다.

생존한 원폭 피해자들이 집단 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나름의 ‘느낌’을 가져보겠다는 이유. 나까다 기자는 이날 방문 느낌에 대해서는 선뜻 말하기를 삼갔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웃음)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만났던 감정을 그대로 설명한다는 게…. 하루를 만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나까다 기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교토통신 히로시마 지국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4년차 사회부 소속 기자다.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에서 사회부 기자라는 점에서 그는 원폭 전문 기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한다”고 말한다.

“복지회관에서 할머니들이 반갑게 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하지만 내가 싱글벙글 웃는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일본의 잘못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다음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 대해)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와서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음 좋겠어요.”

나까다 기자는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시간이 갈수록 잊혀져 가는 원폭(핵)의 공포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과 우려를 한데 가지고 있다.

“저는 그래도 기자이다 보니 당연히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원폭의 무서움을 알고 침략전쟁을 없애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봐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본에서 원폭투하 추모행사를 형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나까다 기자가 더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 원폭 피해자들의 기나긴 투쟁이 지난 60여년이나 이어왔는데 한국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까다 기자의 눈에는 지난 2003년 일본의 최종 항복을 받아낸 곽기훈씨의 재판에 대해서도, 다른 숱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법정 다툼과 싸움의 과정에서도 한국의 기자와 언론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언론사 기자들은 ‘욘사마’ 취재를 위해 일본을 찾지만, 정작 원폭 피해자 문제를 위해서는 (일본으로) 잘 오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웃음 섞인 말이지만 쉽게 넘길 수 없는 말이다. 해방 60주년은 원자폭탄 피해 60주년과 상응한다. 해방 60주년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역사가 60주년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폭 피해자들이 더 사망하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고 하는데 한국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나까다 기자는 다행히 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눈여겨 보고 갔다. 청년단체인 대구KYC(www.tgkyc.or.kr)에서 최근 몇 년간 벌이고 있는 원폭 피해자들의 구술증언 사업인 ‘평화길라잡이’ 활동이 그것. 나까다 기자는 지난 7일 한국 방문 첫날 합천에 들른 후 대구에서 이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에 대한 취재를 마쳤다.

원폭투하 60주년을 맞는 2005년. 앞으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해결 방향을 묻는 질문에 나까다 기자는 서툰 한국말로 답을 정리했다. 그의 짧은 문장에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문제를 대하는 ‘진실성’이 엿보였다.

“(일본이나 한국) 어디에 있어도 피폭자는 피폭자입니다.”


*통역 도움 : 강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