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동포 3세 음악가 박수현씨

“일상을 더듬는 음악으로 나의 정체성을 찾죠”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최우수상 수상한 재일동포 3세 박수현씨

“준비가 부족해서 상까지 받을지는 몰랐습니다. 그것도 최우수상을….”

1일 일본으로 귀국한 재일동포 3세 음악가 박수현(26)씨를 만난 건 지난달 29일. 기자가 그를 만난 것은 벌써 세번째였다. 그와 한국에서 두번째 만남은 여느 때와는 달리 적지않이 흥분된 상태로 부끄러운 듯 말 끝을 흐렸다.

수현씨는 지난달 27일부터 대구 동구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5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작곡 경쟁부분으로 공모한 수현씨는 기자와 만났던 대회 마지막날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것.

수현씨는 “경쟁 부문인지 모르고 참여했는데 적지 않이 부담을 가졌다”면서 “하지만 뜻밖의 수상을 하고 나니 너무 기쁘고, 그동안 홀로 외로웠는데 여러분들이 더욱 반갑게 수상 축하를 해줘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大阪) 출신인 수현씨의 삶은 재일동포 3세 역사와도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으로 해방 후 4·3항쟁의 혼란을 피해 도일했다. 외할아버지는 오사카에서 할머니와 만나 수현씨의 어머니를 낳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한 수현씨는 오사카 음악대학에서 타나카 쿠니히코에게 작곡을 사사한 후 지휘와 클라리넷 공부도 이 대학에서 마쳤다.

그 후 각종 음악 콩쿨에 참가했던 그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시 주최로 작품전을 열었고, 같은 해 ACL(the Asian Composer League)-KOREA가 서울에서 개최한 신인콩쿨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현씨는 그외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을 작곡하면서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수현씨가 스스로가 설명하는 자신의 음악은 항상 자신의 내면을 향해가는 긴 여정과도 같다. 수현씨가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서 수상한 <더듬는 여행> 역시 그의 이러한 음악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저의 정신세계에서 일어나는 기억과 상상이나 사물과 사상을 더듬어 보는 것이 마치 여행과도 같아요. 그 무엇인가를 더듬어가는 과정을 음악으로 담아내는 작업이 내가 하는 음악이죠. 음악을 만드는 작업 속에서 저 스스로를 정리해보기도, 미래로 내딛을 수도 있게도 한답니다.”

수현씨는 음악가로서 인생도 살아가지만 재일동포 3세로서의 삶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오사카에 본부를 둔 제일동포 3세 단체인 KEY(재일코리안청년연합)의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KEY는 민단과 조총련 구분 없이 순수한 ‘자이니치 코리안’ 청년들이 한국어와 민족성을 배우면서 동북아시아, 특히 한일간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 KEY는 특히 일본 내에서 활동 뿐만 아니라 북녘 어린이돕기나 대구KYC와 연대해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위한 지원활동도 벌이고 있다.

“KEY를 알기 전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없어 어려움을 겼었다”는 수현씨는 이런 KEY 활동을 통해 자신과 가족들의 역사를 열어보는 ‘키'(열쇠)를 가질 수 있었던 셈이다.

“KEY는 대학을 다니다 휴학 중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어요. 하지만 그때까지 저는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돈을 겪고 있었어요. 하지만 KEY를 만나 정체성을 가지면서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역사도 이해되기 시작했죠.”

수현씨는 “최근들어 본업인 음악 때문에 KEY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의 집이나 고향이 항상 그자리에 있듯이 KEY도 언제나 그곳에 있기에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해 열린 14회 아사히 작곡상 대회 본선에 진출했다 탈락한 ‘충격'(?)으로 그는 음악에 대해 새삼스럽게 고민하고 있는 시기라고 전한다. 하지만 수현씨는 앞으로도 자기 음악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는 세계 각국의 전통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벌써 10번째 한국을 다녀갔지만 오늘은 더욱 새롭게 다가와요.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연주를 하는 피아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분홍색으로 가득해요.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결코 우연이 아니다는 느낌은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겠죠.”

비가 내린 후 검은 고국의 하늘을 바라보는 수현씨의 눈이 반짝였다. 고향 땅에서 느낀 그의 ‘더듬는 여행’이 어떤 음악으로 다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