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맨발의 겐

저자: 나카자와 케이지

옮김이: 김송이,이종욱

출판사: 아름드리미디어

책장을 무심히 넘기다가 빳빳하게 날이 선 종이에 엄지손가락을 비었다.

큰 상처가 아닌데 쓰린 것이 영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작은 상처에도

호들갑스럽게 연고를 찾는다고 난리법석을 부렸다.

손바닥으로 가리면 남에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상처로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내 자신이 순간, 우습게 느껴진다.

얼마전 마지막장을 넘긴 겐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과 형,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을 준 미쭈코의 원폭증으로 인한 죽음.

내 나이보다 다섯손가락이나 적은 나이의 겐과 류타가 그 당시에

겪었을 원폭에 대한 두려움이 오롯이 가슴에 느껴진다.

실제 원폭피해자 나카자와 케이지의 맨발의 겐은 합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귀로만 듣던 원폭의 무서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형상을 보여주었다.

원폭투하 당시에 나무더미에 깔려 도망 칠 수 없는 상황에서

겐은 아버지와 동생을 두고 혼자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처참했던 장면에 잠시 책장을 덮고,

나였다면, 그 당시 그 자리에 조선인으로 내가 서있었다면이라는 생각과

합천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바로 그곳에 계셨겠지. 이미 흙으로 돌아가신

많은 분들의 가슴에 이런 상처가 남아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물 밀듯이 밀려

와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원폭이 투하되고 난 후에 히로시마에는 많은 전쟁고아들이 생겨난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에도 전쟁고아가 많았을 텐데, 이들도 류타와

주먹밥처럼 올바르지 못한 사상을 지닌 사람들에게 이용되었테지.

맨발의 겐은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의 연속이다.

1950년 12월 30일,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반년이 지난 그날,

또 한명의 원폭피해자 나추에는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의미로 이날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이날은 바로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아이젠하워 장군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국전쟁에 원폭을 쓸 것을 계획한

날이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만약 그 계획이 현실화 되었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또 어떻게 달려졌을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원폭의 피해를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보았으면서 그러한 역사적 오점을 되풀이

하려는 생각을 반복할 수 있다니. 힘이 있다면, 권력이라는 것이

있는 강대국이라면 남의 나라, 남의 국민의 생존권은 아무런

가치없이 짋밟을수 있다는 것인가.

미국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계획을 저지시킨 힘은, 원자무기를

사용한 정부를 전쟁범죄자로 본다는 원폭 금지 서명운동이 전세계로

확산된 국제여론이다.

올곧은 생각을 지니고, 원폭의 무서움을 알리는 시민 운동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철없는 트루먼정부는 이 작은 땅덩어리에

무수한 원폭희생자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원폭피해자 구술증언은 이런 자들의 거친 생각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60년의 세월속에 이미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기에 하루라도 빨리 피폭자인것은 확실하나 일본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건강수첩을 소지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구술증언 사업도

진행되어야 할것이다.

막연하게 원폭피해가 어떤 것일까, 원폭이란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기에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나카자와 케이지의 “맨발의 겐”을 추천하고 해 드리고 싶다.

이 10권을 책이 뜬구름처럼 떠도는 것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원폭에 대해

설명해 줄것이다.

다만, 너무 속상한 일이 있는 사람이 화가 난 경우,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슴에 맺힌 한을 끝임없이 털어놓을 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홍수처럼 터져나오는

이야기에 조금은 지루해 한다. 그처럼, 맨발의 겐도 원폭에 대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들과 주변의 상황 등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가슴찡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부분에 감동을 받아야 할지

난감한 순간이 많았다. 그림이 거칠고 내용이 산만한 점도 있지만

원폭에 관심을 갖는 좋은 친구에게 이 책을 소중하게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