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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3일









아·만·사 2005년 02월
│최은경 기자│cek@labor21.com





































오정택 _ 우리궁궐길라잡이 자원봉사자
“우리 궁궐, 제대로 안내해드립니다”










모처럼 눈이 내리고,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1월16일 일요일 오후 창경궁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잦았다.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을 들어서니 보수공사중인 옥천교 앞에서 궁궐길라잡이 오정택씨가 창경궁을 안내하기 위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2시30분이 지나 청년 2명이 오씨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은 궁궐문으로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광해군 때인 1616년에 만들어졌으며 아직도 튼튼해서 깨끗하게 새로 칠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 문 앞에서 영조임금이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기도 했던, 지금의 광장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의 설명이 시작되자 설명을 듣는 관람객은 순식간에 30∼40명으로 불어났다. 관람 동선을 따라 명정전 앞에 이르렀다.








“명정전 앞마당을 ‘조정’이라고 하는데 ‘조정에 나간다’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됐죠. 여기 깔린 돌을 ‘박석’이라고 하는데 거칠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가죽신을 신는 신하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고,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해 임금님의 시선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못생긴 화마(火魔)가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놀라서 달아나도록 놓아두었다는 ‘드므’, 왕의 편전인 문정전, 이중 석가래에 얽힌 전설, 인현왕후와 혜경궁 홍씨가 거처한 경춘당 등 오씨의 설명에 따라 궁궐의 각 전각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궁녀와 상궁, 내시 등의 생활상과 당시의 역사적 배경까지 막힘 없는 설명에 절로 재미가 더해진다.
그의 설명에 “너무 재밌다”를 연발하는 학생들,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보태는 어르신들, “잘 들어두라”며 아이들을 다그치는 부모들, 관람객의 반응은 갖가지였지만 모두들 궁궐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게된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춘당지에 와서 추위에도 불구하고 2시간에 걸친 그의 설명이 끝나자 관람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게다가 오씨가 자원봉사자라는 사실에 더 놀라워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 아쉬워”
오정택씨는 우리궁궐길라잡이에 소속되어 창경궁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이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우리궁궐길라잡이’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보존하는 시민자원봉사자들로, 단지 궁궐의 길 안내만 하는 것이 아니고 궁궐의 역사, 문화, 건축에 대해 설명하는 궁궐해설사이다. 궁궐길라잡이가 되기 위해서는 60시간의 이론교육과 6개월의 수습교육을 거쳐야 한다.
궁궐길라잡이는 경복궁, 경운궁, 창경궁, 창덕궁에 배치돼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궁궐안내를 담당하는데 20∼30대가 주축을 이루며, 학생,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인 오씨는 2000년부터 궁궐길라잡이를 시작해 4년 넘게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창경궁을 찾아 관람객을 안내한다.








“보통 창경궁을 안내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제 이야기에 빠져들고, 초롱초롱한 눈빛이 느껴지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소풍처럼 그냥 왔다갈 뻔했는데 많은 지식을 얻고 간다’거나 고맙다고 인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지요.”
그는 우리 궁궐이 화재로 소실되거나 일제의 궁궐말살로 제 모습을 찾지못하고 있음에도 관람객들이 보이는 부분이 전부인 듯 우리 궁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잔디는 죽은 자의 것으로 인식해 궁궐에는 잔디를 깔지 않았는데 현재 궁궐에 잔디가 깔린 부분은 수많은 전각이 있던 자리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꿔주기 위해 그는 설명하는 간간이 조선후기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東闕圖)’를 꺼내 당시 궁궐의 웅장함을 설명한다.
“궁궐을 휴식과 나들이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문화재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져야 합니다. 관람객들이 음식을 먹는 곳과 흡연구역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를 어기거나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재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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