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에 거는 기대와 아쉬움

우리 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여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였다. ‘출산과 보육 문제’를 국가와 사회 책임 영역으로 인식한 점과 문제해결을 위해 각계가 의견을 모으고 논의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협약의 주요 내용과 또한 협약 기본 바탕이 되는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대책 기본계획을 보면 아쉬움은 커진다.

세계 최단기 최저 출산율 저하의 배경에는 주택비용 폭등, 열악한 출산보육환경, 사교육비 부담, 청년층의 비정규직 증가 등이 있다.

도시근로자 연평균 저축 가능액을 47년 모아야 서울에서 30평대 평균가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 일하는 엄마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4%정도이다. 20-30대 임금노동자의 52.1%가 비정규직이다. OECD국가 중 GDP 대비 사교육비 비중은 1위이고 공교육비 비중은 하위권이다.

자연스럽게 생활인들은 현실 생활의 고통을 줄이고 다음세대에게 불안한 미래를 물려주지 않기 위한 자구적 대처수단으로 출산포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출산 현상은 우리의 사회경제구조 문제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범정부차원의 ‘기본계획’과 각계의 힘을 모으는 ‘사회협약’에는 이러한 현실을 진단하고 주택, 출산보육, 사교육비, 비정규직 문제를 포괄하는 획기적인 대안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수개월만에 아파트 값이 수 천만원씩 올라 내집마련이 멀어지는 상황에서 연간 1~2백만원의 보육비 지원과 기약 없는 국공립보육시설에 희망을 갖고 마음을 바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존 정책의 나열과 선언으로 그친다면, ‘사회협약’이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와 실천장이 되지 못하고 ‘출산장려’를 위한 행사장으로 굳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열심히 일하면 삶이 안정되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함께 키우고 교육을 통해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은 출산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적 권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택, 출산보육, 사교육,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과 획기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삶을 짓누르는 악조건들이 줄어들 때 출산은 자유롭게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6월 21일

KYC 일과 아이를 위한 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