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빠르게 가는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을 지나며 교육을 받고 선선한 가을에 결연을 맺고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벌써 낮 기온 30도가 웃돈다는 여름이 성큼 와버렸습니다. 처음 공부방에 갔을 때 나와 만나게 될 아이가 누구일까 설레며 여러 아이들 가운데 두리번거리며 찾아보고, 드디어 아 저 아이구나 하며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했었는데 이제는 공부방 문을 열면 저의 멘티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모두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나눌 만큼 시간을 보내온 것 같습니다. 둘 만의 다이어리를 쓰며 만남을 적어보기도 하고, 게임을 유난히 좋아하는 녀석이라 갈 때마다 친구들에게 보드 게임을 하나씩 빌려 돌아가며 해보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함께 활동도 하면서 때론 아이로 인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또 때론 답답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멘토란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아이에게 나는 어떤 의미인가. 또 나는 이것을 무엇을 위하여 하고 있는가. 사실 중간에 이런 의문들 때문에 갈 길을 잡지 못해서 갈팡질팡하기도 했고 내가 계속 이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생각보다 내가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너무나도 적었고, 또 그 무언가를 해준다 라는 의미조차도 어떤 때는 굉장히 무색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가도 아이는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지 않고 저 아이는 나를 과연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가하는 고민에 머리를 싸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만나 두 계절 이상을 겪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기 위한 사람이란 생각을 가지고 만나게 되니 내 내면의 책임감과 중압감으로 인해서 오히려 더 깊이 아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당연히 책임감이란 것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이고 즐거운 마음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꼭 어떠한 아이템을 가지고 무언가 준비된 상태에서 아이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하나의 일상과도 같이 만남을 유지하는 것이 더 오랜 기간 만남을 유지할 수 있고 더 끈끈한 만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연애를 할 때 만남을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것은 그 사람과 특별한 무언가를 하기 때문이 아닌 그저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멘토링을 하면서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상대는 비록 어리지만 그 아이와 나는 연애를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겠지요. 물론 그 아이는 나를 사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기억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들과 멘토링에서 만나는 아이와의 관계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받지 못하더라고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나의 기대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간다면 조금은 덜 힘들고 즐거움은 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함께 12기 활동을 하신 멘토분들은 이런 것을 많이 고민하고 굉장히 마음 쓰는 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멘토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제가 힘들 때도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 활동에 동참하실 13기 이후에도 참 열정적이고 사랑을 주실 수 있는 멘토분들이 많이 참여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어쩌면 이것은 참 작은 일이지만 세상은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큰 변화를 이룬다는 것도 꼭 기억해야할 것 같습니다.

병아(12기 좋은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