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천안KYC를 방문했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나눈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신년대담’에서 천안KYC의 활동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천안지역에서 풀뿌리운동을 열심히 해 온 천안KYC의 가치를 알아본 박원순 이사님의 안목이 탁월하십니다.^^ 원문이 너무 긴 관계로 중요부분만 발췌해 봤습니다.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천안KYC’라고 쳐 보세요. 이번 대담기사뿐 아니라 권혁술대표님의 인터뷰 기사 등 평소 모르던 KYC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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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 정책은 훌륭했지만 지방도시 발전-농촌 부흥은 부족”

[오마이뉴스] 자본과 정보, 그리고 노동력의 이동이 국가의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보더리스’ 시대는 지역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 지역 자체가 경쟁의 단위가 되는 것이다. 한편, 민주화의 진행은 ‘수직’보다는 ‘수평’을 사회 통합의 원리로 제시한다. 이 점에서, 지역의 의미는 새롭게 다가온다. 신년 벽두,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의 수장인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다년간 시민사회와 지역운동의 결합을 고민해 온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만났다. –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로컬 이즈 센트럴, 로컬 이즈 뷰티풀

“지역이 경쟁의 단위가 되고 있다”

이른바 세계화는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기획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것은 외부의 충격이자 주어진 조건이다. 세계화는 두 가지 점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국가의 보호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민간기업 부문의 성장동력이었던 국가의 보호가 약화되면, 그나마 있던 약자에 대한 배려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경쟁력 없는 부문의 몰락이 예상된다.

둘째, 경쟁력 없는 부문의 몰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수직적 통치’와는 전혀 다른, 즉 ‘수평적 협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로 정립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참여정부와 시민 및 지역의 이니셔티브를 조직하려 애써 온 시민사회의 고민이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 이 만남은, 불가피하게도 ‘쌍방향’이 되어야 할 것인 바, 그것은 중앙과 지역, 행정과 주민의 통합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 개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부터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이끌어 오고 있는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역이 시간이 갈수록 경쟁의 단위가 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지역과 중앙이 공동의 협력체가 되어 국제적인 경쟁과 개방의 압박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페더레이션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에 대해, 다년간 시민사회운동을 이끌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참여정부의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제도의 문제나, 특히 “지역을 부흥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참여정부의 노력에도 그렇게 많은 영향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한계를 지적한다.

성경륭 위원장 “지역은 기본적으로 생활의 단위이자 삶의 단위인데, 이것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경쟁의 단위가 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본래 지역이 있고 국가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국가조직이 생기면서부터 ‘경계’가 생기고 ‘경계’ 안의 국가가 중요해진 것인데, 지금은 이른바 ‘보더리스’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국가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고, 지역이 더 부각되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이 흐름과는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자본이나 노동이나 기술, 정보, 이런 것들이 모두 ‘유동화’ 되기 때문에, 지역에 생산요소가 많이 집결되느냐, 결국 그 지역이 갖고 있는 매력에 따라 흥한 지역이 있고 아주 쇠퇴하는 지역이 미국과 유럽에 많이 나타났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역시 부상하는 지역과 어려운 지역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정책을 추진하고, 경제와 관련해서는 ‘산업을 키우는’ 정책으로 가는 것입니다. 큰 흐름으로서 기본 인식은 이렇습니다.

국가는 존재하고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국가에 가려서 국가의 지배를 받아서 전혀 독자적으로 중심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지역들이 주역이 되는 그런 시대로 갑니다. 정부는 지역들을 도와주고 길을 열어주고 다투면 조정을 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이 지역들이 세계적인 흐름 속에 노출이 돼 있기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내 지역간의 경쟁, 해외 지역간의 경쟁 속에 노출이 됩니다. 지금은 지역이나 정부나 따로 놀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지역 내에서 서로 결합이 되고 지역 내에서 수평적 협력관계, 결합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공동운명체로서 특징을 갖고 있고, 지역 내부의 매력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공동의 협력체가 돼야 하고, 국제적인 경쟁, 개방 압박에 대응하는 것도 공동의 생존단위, 공동의 협력체 혹은 페더레이션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방은 중앙의 지배 대상이고, 또 지방이 별 매력성이 없기 때문에 그냥 서울로 향해 떠나기 위해 잠시 스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저는 요즘 ‘로컬 이즈 센트럴’, ‘로컬 이즈 굳’이라고, 우리의 사고방식부터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박원순 상임이사 : “저 역시 지역과 국가의 개념이 굉장히 바뀌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로컬 투 로컬’이라는 말도 있고, 요새는 ‘피플 투 피플’이라는 말까지 쓰면서, 과거의 국가라는 중앙중심성이 상당히 무너지는 만큼 지역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어서, 저는 싱가폴만이 ‘시티스테이트’가 아니라 한국이, 특히 서울이 ‘시티스테이트’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건강한 변경들이 활력과 혁신을 통해서 중앙의 퇴행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혁신해서 전체 균형을 맞추고 변화와 발전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이런 힘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하기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번 참여정부 들어서 노 대통령의 지방분권에 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든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성 위원장님 중심으로 많은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이전의 다른 정권과 차별이 되는, 굉장히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에 있어서는 과연 얼마나 효과라고 그럴까요? 변화가 있었는지, 이게 하루아침에 당장에 이루어질 변화는 아니겠습니다만, 저는 그런 정책이 근본적으로 작동이 됐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까 위원장님께서 지역더러 서울을 쳐다보지 말라고 하셨지만, 실제로 지자체 장들이 전부 중앙정당에 의해 공천이 되고 있잖아요. 그 다음에 지방 재정자립도가 평균 56%라고 했나요? 이런 상황 속에서 지자체 장이 뭔가 해 보려면 중앙에 와서 구걸을 안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구조적으로 돼 있는 거죠.

이런 제도적인 문제도 있고, 지역을 부흥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들, 다시 말해 교육이나 일자리 창출, 문화 등을 창의적으로 끌고나갈 리더들의 양성 같은 많은 중요한 과제들이 사실 참여정부의 노력에도 그렇게 많은 영향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닌가 합니다.

– 중 략 –

“파트너십, 더 고민해야”

박원순 상임이사 : “부동산 문제 물론 수도권이 제일 심각하지만 이게 전국으로 확산돼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서남해안 프로젝트니 뭐니 해서, 곳곳에 이런 것들이 전반적인 부동산 투기를 유발하는 효과가 지역마다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다 뉴타운 프로젝트 같은 게 서울뿐만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심지어는 아까 언급하신 대구 삼덕동의 사례도요. 마을 만들기를 한 십여년에 걸쳐서 가꾸고 다듬어서 너무 잘 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지금 재개발에 딱 걸려서 싸우고 있는데, 그쪽 사람들은 이기기 힘들 거라고 보는 거예요. 말하자면, 아무리 마을 가꾸기 노력을 해도, 이런 부동산 투기라든지 개발의 열풍 속에서는 당해낼 도리가 없는 상황, 그러니까 작은 노력들이 수포가 되는 이런 상황들이 심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저는 정부에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 시민사회도 크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서울에 중심에 둔 단체들이 주로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 높이는 일들만 해 왔지 지역에 가서 뿌리를 박고. 지역을 현장으로 해서 평생을 바쳐 일하는 이런 노력들이 사실 부족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컨대 KYC라는 단체에서는 ‘청년들이여, 고향에 가서 시장이 되라’, 이런 구호가 있었는데, 저는 참 마음에 들었어요. 실제로 KYC 천안지부 같은 곳에서는 지역밀착적인 운동을 한 10여년 하니까 자연히 그 리더가 지역의 리더가 됐잖아요. 이번에 시의원이 됐더라고요. 부산 반송동에 가면 ‘반송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이 의사 출신인데 한나라당이 완전히 다 휩쓴 동네에서 이 분이 1등으로 당선이 됐거든요. 이런 사례들이 있는데, 아직은 너무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고요.

그 다음에 아까 주민과 지역 리더, 지방공무원에 대한 평생교육적 차원에서의 교육도 굉장히 아쉬운 게 아닌가, 오히려 이런 데 많은 돈이 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독일에 가 보니까 독일의 평생교육을 하는 아데나워니 에베르트재단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정치적 의식을 강화시키는 교육에 잘 안 오니까, 그 대신 굉장히 좋은 곳에 교육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시민단체들이 서울에서 회의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잘 안 오는데요. 제주도에서 하면 다 갑니다. 거기 가면 즐거우니까. 이런 것에 오히려 투자를 하면 어떨까. 저는 사람들을 키우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