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는 남북관계의 파탄과 민주주의의 후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음을 직지하고, 현 시국에 대한 염려와 민족의 하나됨을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선언을 하고자 한다.

본 협의회는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발표한 것을 비롯하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꾸준히 기도하며 노력하여 왔다. 또한 615 남북 공동선언을 비롯하여 남북 당국자 및 민간 차원의 다양한 대화와 합의, 공동 사업이 민족 화해와 협력, 평화체제와 공동 번영 확립에 기여하리라고 믿고 지지한 바가 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남북 정책과 관련하여 이전 정부와 어느 정도 차별성은 있을지라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당국자 간의 기존 합의와 그 정신을 이어받고, 한반도 평화의 증진과 통일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통일문제를 ‘비핵 ․ 개방 ․ 3000’ 이라는 구호로 시작했고, 지난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615선언 및 10.4 합의의 도외시, 상호 불신과 비방 및 대화단절, 경제 등 여러차원에서 기존 협력의 무력화, 군사적인 긴장이라는 강경 대치 국면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본 협의회는 암울했던 이 땅의 회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며 행동하는 실천의 삶을 이어왔다. 우리는 먼저 현 정부 들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제약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시위에 대한 과잉진압과 서울광장 봉쇄에서 잘 나타나듯이 현 정부는 법률을 자의적으로 적용하여 표현과 집회 ․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도 권력의 비위에 맞춘 편향적인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을 감시 ․ 통제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추진되고 있는 수많은 정책들은 대다수 서민의 삶을 몰락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재개발 지역의 철거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벼랑끝으로 내모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들은 계층간의 심각한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6.15선언 9주년을 맞이하여 이명박 정부가 남, 북 문제를 국내정치용으로 악용하거, 대북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거나, 북한을 봉쇄 ․ 고립시켜 한반도를 전쟁 대결 구도로 이끌어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하며, 우리모두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에게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만인이 법앞에 평등한 사회, 소수자를 우선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지역균등발전이 실현되는 민주주의 나라는 세워가기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상황이 경색되고, 악화되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남, 북 문제 해결은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을 통하여 사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한반도에서 국지적인 분쟁, 혹은 전쟁가능성을 막기 위하여 이명박 정부가 앞장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하여 주변 관련국들과 외교적인 수단으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둘째, 이명박 정부는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남북 대화를 최우선의 과제로 설정하고, 진행하여야 한다. 남북의 민족 문제는 국제외교 차원에서 먼저 접근하기보다 민족 당사자로서 남북 당국자들이 먼저 적접 대화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가 남북 정상들의 기존 합의인 6.15 공동선언과 10.4 합의 내용과 그 정신을 계승하기를 바라고, 이를 바탕으로 인내를 가지고 북한 당국자와 직접 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가기를 촉구한다.

셋째, 이명박 정부는 현재 중단된 금강산 관광, 개성 공단을 비롯한 경협 사업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교계를 비롯한 민간차원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극심한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 임산부를 비롯하여 북한 주민을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하여 신속하게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 등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득권을 철저히 보장하기를 촉구한다.

다섯째, 이명박 정부는 소수만을 위한 각종 경제정책과 무모한 개발 사업을 중지하고, 대다수 국민의 생존과 생활을 우선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하기를 촉구한다.

여섯째, 이명박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국가적 비극을 초래한 그 동안의 독선과 오만, 대결과 배제의 정채행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비판과 이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민주적 소통한 대화를 통해 국정운영의 혁신을 단행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과 민주화가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맡기신 선교적인 사명임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계속 기도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위의 지적 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 수용하여 남북간 대화와 신뢰, 협력에 바탕을 둔 평화체제가 더 확고하게 구축되고,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의 나라가 꽃피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2009년 6월 15일

충북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전재식 신부 외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