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교협, 19개 단체 집단 탈퇴
<추가> “정권이 통교협 죽였다” 정부 ‘보수.어용화’ 반발
보혁 ‘한 지붕 두 가족’ 9년 역사 물거품














2009년 04월 30일 (목) 15:32:15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추가, 오후 5시 50분> 4개 단체가 추가로 탈퇴해 탈퇴단체를 총 15개에서 19개로 수정


정부의 통일교육협의회(통교협) ‘보수.어용화’에 반발해 통일맞이 등 19개 단체가 집단 탈퇴했다. 진보와 보수 ‘양 날개’로 통일교육 사업을 벌여 왔던 통교협 9년 역사가 정부의 노골적 ‘보수.어용화’로 인해 반토막이 난 것이다.

통일맞이, KYC(한국청년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9개 단체는 30일 “정권의 독선과 반통일성이 통일교육협의회를 죽였다”면서 ‘공개 탈퇴 이유서’를 발표했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은 전체 예산의 90%를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통교협에 예산을 볼모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이른바 ‘촛불단체’들을 이사단체에서 배제시키고, 이영동 전 사무총장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내쫓았다. 당초 통일교육원 측은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반하는 단체들을 통교협에서 퇴출시키라’고 요구했다가 사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촛불단체’들을 이사단체에서 배제시키는 선으로 축소했다.

이날 공개 탈퇴한 단체들은 “통교협은 민간 통일교육기관으로서의 명분과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탈퇴의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조직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대응한 통교협의 태도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 되는 통일교육의 기본정신’을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랜 기간 축적해온 통교협의 대외적 위상은 물론 개별 단체들 간의 신뢰에도 금이 가는 계기가 됐다”고 통일교육원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신영석 전 상임의장과 보수단체들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나아가 이번 ‘통교협 사태’를 통해 정부당국은 앞으로도 예산을 볼모로 통교협을 통제할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통교협은 정부당국의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관변단체의 길로 들어섰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또 “통교협에서 배제의 대상으로 지목된 단체들은 사실상 발언권과 사업에 참여할 권리조차 빼앗기고 말았다”며 “그렇지 않은 단체들 역시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부당국 그리고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정부와 보수단체들을 함께 비판했다.

총 90여개 단체 중 진보성향의 19개 단체가 집단 탈퇴함에 따라, 진보와 보수가 적절한 균형을 맞춰왔던 통교협은 보수 쪽으로 크게 기울게 됐다. 새롭게 꾸려진 이사진도 ‘촛불단체’들을 모두 배제시켜 보수성향의 단체들이 더 많은 것으로 평가됐었다.

이날 공개탈퇴한 19개 단체들은 향후 계획과 관련해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과 함께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의 내용과 경험을 나누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준호 KYC 공동대표는 “통교협이 사실상 관변단체가 됐기 때문에 저희는 관변단체에서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네트워크 구성에 대해 “대항단체를 만드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 탈퇴한 단체는 대한불교청년회,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여성회,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원불교청년회, 원주시민연대,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천도교청년회, 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 통일맞이,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화해평화통일교육전국모임, KYC(한국청년연합) 이다.

정부에 ‘촛불단체’로 지목된 13개 단체 중 정신개혁시민협의회, 평화통일시민연대, 한국YMCA 등 세 단체는 탈퇴하지 않았고, 원불교청년회, 평화네트워크,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천도교청년회, 대한불교청년회 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화해평화통일교육전국모임 등 9개 단체는 ‘촛불단체’로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통교협 사태’의 부당함에 항의해 탈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공개 탈퇴를 선언한 19개 단체 외에도 2개 단체가 통교협 탈퇴를 위한 내부 의결절차를 밟고 있으며, 통교협에 남기로 한 단체들 중 일부는 탈퇴한 단체들이 꾸리는 ‘네트워크’에도 참여할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교협은 1999년 제정된 통일교육지원법에 따라 2000년 12월 창립한 단체로 지난 두 정부에서 진보와 보수단체들이 서로 균형을 맞추며 통일교육 사업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 한 번 제대로 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치성을 최소화 하며 ‘균형적 통일교육’을 지향해 온 통교협은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 ‘보수.어용화’ 외압을 받고 세 달여간 내홍을 앓아 오다 지난달 27일 정기총회에서 통일교육원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 통일교육협의회 탈퇴 이유서 】

정권의 독선과 반통일성이 통일교육협의회를 죽였다

통일교육협의회(이하 통교협)는 1999년 제정된 통일교육지원법에 따라 민간차원의 통일교육을 활성화하고 지원하기 위해 NGO들이 참여해 만든 단체이다. 지난 2000년 창립 이래 통일교육의 발전 및 확산에 기여한 측면과 더불어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소통하면서 하나씩 신뢰를 쌓아가는 남남대화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전통은 소속단체들의 자부심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정부의 고위관계자가 통교협 살생부를 만들어 ‘MB 통일정책에 반하는 단체와 인사를 통교협에서 축출하라’는 압력을 가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정부 당국자가 제시한 살생부에 따라 특정단체들은 ‘광우병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황당한 이유로 이사회에서 축출되었고, 임기 1년을 남긴 사무총장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사퇴 당하게 되었다. 또한 교육사업(연대사업) 지원여부 심사, 교육내용 사전 심의 등 일상적 의사 결정권한도 사실상 정부당국이 행사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통교협 탈퇴의사를 표명한다.

첫째, 통교협은 민간 통일교육기관으로서의 명분과 정체성을 상실하였다.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조직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대응한 통교협의 태도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 되는 통일교육의 기본정신’을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을 압박하고 반통일적 태도를 투영한 정부 당국자는 목표한 성과를 거두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통교협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었다. 오랜 기간 축적해온 통교협의 대외적 위상은 물론 개별 단체들 간의 신뢰에도 금이 가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통교협은 정부당국의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관변단체의 길로 들어섰다.

통교협의 운영 예산은 법에 따라 국회 심의를 거쳐 책정된 공공재원이다. 정부 당국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서 민간을 통제하려 휘두르는 정치자금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통교협 사태’를 통해 정부당국은 앞으로도 예산 지원을 명분으로 사사건건 개입하고 통제할 기반을 마련하였다. 반대로 통교협은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대응할 동력과 명분을 내부로부터 상실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셋째, 회원단체로서 통교협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되었다.

통교협에서 배제의 대상으로 지목된 단체들은 사실상 발언권과 사업에 참여할 권리조차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지 않은 단체들 역시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부당국 그리고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의견이 존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시키는 대로 하든지 나가든지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지난 수년간 함께 통일 교육을 논의하던 민간단체들이 여전히 통일교육협의회에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개별 단체를 원망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제의 본질은 정권의 독선과 반민주성, 반통일성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교협 사태’가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정권의 횡포 중 하나로 잊혀지기 보다는 2009년의 기록으로 역사에 남겨지길 바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탈퇴 이유에 공감하는 여러 단체 중 우선 의사결정이 가능한 단체들이 모여 탈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통일교육협의회를 탈퇴하지만 통일교육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과 함께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의 내용과 경험을 나누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활동할 것이다.

2009년 4월 30일(목)

통일교육협의회를 탈퇴하는 단체 일동

대한불교청년회,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여성회,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원불교청년회, 원주시민연대,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천도교청년회,
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 통일맞이,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화해평화통일교육전국모임, KYC(한국청년연합) (이상 가나다순)

<위의 참가단체들은 연명을 통해 탈퇴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이로써 통교협 탈퇴서 제출을 대신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