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길라잡이의 이름으로 ‘이시우 거리 사진전’을 열다

일시 : 7월 9일

장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근처 어딘가

서울 KYC ‘평화 길라잡이’ 주최로 ‘이시우 거리 사진전’을 열다.

몇 푼 벌어보겠다고…작성해야 할 보고서들이 밀려있었다.

일요일 아침, 눈을 꿈뻑꿈뻑거리며 너무 하기 싫어 맘속으로 괴성을 지르며 ‘오늘 사진전은 물 건너 간 것이구나..’ 체념하고 있을 때…

김서정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신다. 오후에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냅따 세수를 했다. 어쩌랴… 가고 싶은 맘에다 나를 필요로 한다고까지 하는데…

동생이 내 발목을 잡는다. 내 동생의 머릿속에는 시험이 끝나서 가족과 외식하는 자체 절차가 정해져 있었는데.. 내가 파투를 낸 것이다.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고…. 집안의 평화를 망치는 행위라고…

흐흑… 듣고 보니…이를 어째..

오후 3시

대학로에 도착했다.

소박하지만 정성어린 사진들이 길가를 장식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와서 열심히 자르고 붙인 평화길라잡이 선생님들의 수고가 마구마구 느껴졌다. 사진 옆에는 맘에 드는 사진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작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었고…. 선생님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들 한 켠으로는 이시우 작의 석방 서명 운동을 진행중이었고 이와 관련된 일을 알리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하준태 국장님이 마이크를 잡고 뭐라뭐라 하고 계신다.

준비과정에서 장비가 순조롭게 넘어오지 않아 시간이 지체되는 어려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괜히 늦게 와서 다된 밥에 밥숫갈만 드는 행위를 하는 것 같아 죄송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선생님들께서 나눠주시는 유인물을 보니 전날 내가 사무국에서 하준태 국장님의 강력한 압박(?)으로 만들었던 그 유인물이었다. 헌데 이런…. 내용이 그대로네..허걱.. 나는 하국장님 믿고 초안만 만들고 완성도있게 하국장님이 편집해 주시길 바라고 아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하 국장님은 혹시 내용이 바뀌면 내가 상처라도 입지 않을 까하는 마음이셨는지 대충 내가 만든 그대로이다…. 아닌데…나 괜찮은데.. 뭐 암튼, 사람들이 읽은, 또는 들고만 있던 그 유인물은 내 작품이었닷. 하핫

KYC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흠, 생각보다 이쁘네.. 면도 좋네… 일 할맛 나는 걸’ 뭐 이런 약 15초간 이런 푸석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나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사진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라고…

난 디카를 다룰 줄 모른다. 그냥 전원을 켰고 가장 큰 버튼을 꾸욱 눌러댔다.

렌즈 속 사람들….이쁘다.

사진을 보며 사뭇 감상에 빠지는 얼굴, 하트 모양 스티커를 들고 어디에 붙여야 할지 기웃기웃하는 아기들과 엄마, 유인물을 건넸더니 허물쩡 받으며 차마 버리질 못하는 젊은 사람들, 아무 관심 없는 듯 팔짱끼고 그들만의 시간속을 걸어가는 연인들, 서명에 적극 동참하는 이들, 딴 세상 얘기인듯 자기 손님 받기에 열중인 거리 상인들, 연극 티켓을 팔기위해 호객 행위중인 젊은이들, 그리고 입고 있는 셔츠의 가슴에 새겨진’KYC’라는 글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에 얼마나 눈에 띄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에게 관심 받아보고자 열중이신 평화 길라잡이의 선생님들까지…

한여름날의 대학로 거리는 후텁지근했지만 사진속에 사람들은 너무 다정스럽고 훈훈하다.

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풋풋한 사람 냄새다.

뭐라고 뭐라고 계속 중얼거리시던(?) 하 국장님이 좀 쉬신단다. <내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 때 당시 내 귓가엔 아무런 내용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 국장님은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그랬을거다.> 마이크가 나에게 넘어왔다. 앗..무슨말을 하는거지? 대본이 따로 없다. 그냥 내가 아는 대로 하란다. 당황~

" 평화 운동가인 이시우 작가의 사진전입니다. 가시는 걸음 잠깐 멈추시고 사진들을 감상하세요. 참 예쁘죠? 그런데 얼마전 이 사진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이시우 작가는 구속 수감중이십니다. 사진 한번히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도대체 어디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일까요? ,,,예쁘고 맘에 드는 사진에는 스티커도 붙여주시고 이시우 작가 석방 서명 운동에도 동참해 주십시오."

뭐 이런 멘트를 날려댔다. 더 이상 길게는 못하겠더군.. 머릿속 용량 초과라…ㅎㅎ

사진전을 주최한 우리가 쉽고 부드럽게 서명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나가던 사람의 발길이 그나마 쉽게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사진들이 한 몫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난 사실 사람들에게 사진 보라고 해 놓고선 나는 사진을 제대로 볼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의 내용에 대해서는 뭐라 주저리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은 그 사진들이 무엇을 나타내고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던 간에 사람들에게 매우 이끌림을 주었고 호소력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진들앞에 서면 감히 평화롭고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작품을 보고나면 또 하나를 보게 되고….적어도 내가 본 이 날의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로 모두가 그랬다. 우리 평화 길라잡이의 거리 사진전과 서명 운동이 결국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노력과 사람들의 자발적 관심 표명 이상의 ‘사진’이라는 소통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화’라는 눈에 보이지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그것을 사진이라는 도구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시우 작가의 각고의 노력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고귀하고 소중한 작업들을 국가보안법이라는 소름끼치는 다섯글자로 옭아매다니…

마이크를 유승희 선생님께 넘기고…

서명 운동에 목소리를 높였다. 나한테 ‘딱 걸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의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에 놀라기도 했을테다. 그래서… 몇몇은 아무것도 모르고 서명한 분도 계시고… 서명한 후 사진을 감상한 사람들도 있다. 뭐 순서야 어찌되었던 어때…내가 사기치며 꼬신것도 아니고..한참을 열을 올리다보니 벌써 시간이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잠깐 쉴 겸해서 나는 살짝 그 곳을 빠져나와 거리 상점들의 물건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머? 마침 내가 사고 싶어했던 목걸이가 눈에 띈다. 얼마에요? 하고 주인장의 얼굴을 보았는데…허허 조금전에 내 앞에서 딱 걸려서 서명하고 가셨던 그 분이었다. 다짜고짜 삼천원 깎아주겠다고 하신다. 감사해야 하는건지 나도 딱 걸린 것인지…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그 목걸이가 거기 있었고 지름신이 나에게 오셨으므로 나는 이후에 정말로 그 목걸이를 구입했다. 최근 궁핍한 나에게 목걸이는 사치에 가깝지만,그래도… 목걸이를 볼 때마다 나는 이 날의 뜨거운 느낌을 기억할 수 있을테니 나름 구입 이유는 분명히 있다. 히히

6시가 조금 넘어서 사진전이 끝이 났다. 총 서명자수는 142명. 하 국장님의 말의 의하면 많은 숫자란다. 난 잘 모른다. 어느 정도가 많고 모자라는 것인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사진전을 여는 내내 나는 즐거웠고 함께 한 평화 길라잡이 선생님들도 즐거워 하셨고 사진전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도 좋은 표정들이었다는 것이다.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하고 남은 사람들끼리 저녁을 먹었다. 낙지 철판구이랑 김치전 그리고 막걸리… 에구구,,, 더위를 먹은 탓인지 이제 집에 가서 할 일이 걱정이 갑자기 엄습해서인지 나는 입맛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서명운동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서명 운동이라는 거…이렇게 간단하고 가까운 것인 줄 몰랐다.

끈난 후에 하준태 국장님께서 물으셨다. 서명 운동 해 본적이 있냐고…그 분위기에 내가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그런지….

당연히 없다.

하지만 나는 그냥 하나만 하면 되었다. 사람들에게 말걸기. 진심으로,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하는 말을… 웃으면서…

그게 끝이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것도, 이시우 작가에 대해서도, 서명 운동도… 난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난 사람들이 너무 좋고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며 지내는 시간이 나에겐 가장 희열의 순간이다.

오늘, 나는 아주 오랜만에 희열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세상에 대한 뭔지 모를 새로운 개념 하나 탑재했고, 내 마음속 시커먼 먼지들이 자연스럽게 필터링되었다.

평화 길라잡이 선생님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두 대단하십시다.

오늘 같이 의미있는 시간들,,,계속해서 차곡차곡 만들어보아요.

수현 씀

*이글은 평화길라잡이 권수현 회원이 활동 후기로 커뮤니티에 올려주신 글입니다.

권수현 블로그 : http://blog.naver.com/soocompany

*이시우 사진작가는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시우 홈페이지 바로가기:http://www.siwo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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