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5284135.hwp


지난 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정국’.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은 당시 막 출범한 이명박 정부와 치열한 대결양상을 보였다. 많은 국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외쳤고 일부에서 ‘정권 퇴진불사론’까지 외쳤다. 정부는 살수차를 동원하고 국민과의 소통 거부를 상징하는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은 등 국민 건강권을 두고 국민과 정부는 날카롭게 맞섰다.

그리고 일년, 일부에서는 촛불정국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와 이른바 ‘MB악법’의 강행 처리시도, 미네르바 구속을 비롯한 표현의 자유 억압 등에서 봤을 때 한국사회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의 5월,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진보진영의 학계와 시민사회는 어떤 입장일까.


▲ 손호철 교수

“파시즘 경향…상당한 지지 받는데 주목해야”
서강대 손호철 교수(정치외교학과)는 12일 ‘한국사회, 파시즘이 오는가?’를 주제로 대구MBC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에 공격받고 있지만, 촛불 이후 대중적 저항이 없고 오히려 (민주당.진보정당에 비해)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지지에 기반한 독일식의 ‘파시즘’ 체제가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체제로서의 파시즘’은 들어서지 않을지라도 하나의 ‘경향으로서의 파시즘’은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경북민주화교수협의회가 최근 정치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한 첫번째 열린 토론회로 60여명이 참석했다.


경북대 노진철 교수(사회학과)의 사회로, 민주화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인 손호철 교수가 발제했고 계명대 임운택 교수(사회학과)와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심병철 의장,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김동렬 운영위원장이 토론했다.

“진보.개혁세력 지지 못받는게 위기의 핵심”

손호철 교수는 ‘체제로서의 파시즘’의 예로 ▶신자유주의적 토건국가 ▶경찰국가를 넘어선 공안국가 조성 ▶위임민주주의.제왕적 대통령의 부활 등을 꼽았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 탈권위주의화한 것인데, MB는 이를 거꾸로 되돌렸다”며 “나아가 속도전이란 이름아래 야당과 민의를 무시한 입법전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위기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했다는 것이 아니라 냉전적 보수세력이 정치사회뿐 아니라 시민사회, 일반대중의 수준 모두에서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MB정권이 한국 민주주의를 공격해도 그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다”며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이 진보.개혁세력의 지지로 타나나지 않고 오히려 ‘무당파’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위기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25~30%의 무당파들이 계속 침묵하거나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설 경우 인구의 70~75%는 집권당을 암묵적으로 지지, 결국 파시즘적 경향은 강화된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 대구경북민교협 열론토론회…왼쪽부터 안진걸 팀장, 임운택.노진철.손호철 교수, 김동렬 운영위원장, 심병철 의장(2009.5.13 대구MBC 강당 / 사진.남승렬 기자)


“파시즘과 같은 잘못…네오파시즘 올 수도”

임운택 교수는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시민들은 정치계급과 점진적 개혁주의에 대해 불신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을 일소시켜 주기를 바라는 사고로 이어져 보수주의에 대한 지지가 확대될 수 도 있다”며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보수주의에 대한 지지 확대는 한국사회를 네오파시즘같은 체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진걸 팀장은 “파시즘은 올 수 없겠지만, 이명박 정권은 파시즘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과 용산 참사, 촛불 탄압을 비롯한 물리적 폭력의 심화가 이를 보여준다”며 “시민사회와 진보진영 모두가 민생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파시즘은 이미 오고 있는 중…새로운 연대운동 필요”

심병철 의장은 “미디어악법을 비롯한 MB악법을 강행하려는 이명박 정권을 봤을 때 파시즘은 이미 오고 있는 중”이라며 “그러나 MB정권은 파시즘을 시도하다 국민 저항에 부딛쳐 실패하는 정부로 훗날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의 반민주성을 보고 우리의 정체성을 파악해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렬 운영위원장은 “대구지역도 MB정권의 반민생 정책, 반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새로운 연대운동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등이 적극적 통합전략을 내세워 파시즘의 지지기반인 대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2009년 05월 14일 (목) 11:24:10 남승렬 기자 pdnamsy@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