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20년, 누구의 기억인가?”

대구 첫 공론화…”20주년, 우리 사회 과제를 풀기 위한 실천적 과정이어야”

◇ 19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앞두고 대구에서 처음 열린 토론회…

(사진 있음 – 앞줄 왼쪽부터 조광진.은재식.김두현)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의의를 짚어보는 자리가 3월 5일 오후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열렸다.

[대구경북통일연대].[대구경북민중연대].[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지역 4개 단체가 마련한 이 자리에서는, 단체 회원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6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와 현재적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20주년 기념사업을 지역에서 어떻게 추진할지 논의했다. “6월 항쟁 기념사업과 관련한 첫 공론화 자리”라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은재식 운영위원장은 설명했다.

“반독재 민주화 항쟁…계급.민족문제 해결의 첫 단추“

이날 토론회에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조광진(대구KYC) 공동대표는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반독재민주화 투쟁일 뿐 아니라, 87년 여름 노동자 대투쟁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통일운동의 시발점이 됐다”면서 “우리 사회 계급문제와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였다”고 6월 항쟁의 의미를 새겼다.

조광진 대표는 그러나, “아직까지 ‘국가보안법’이 남아 있고, 노무현 정권은 민주적 절차도 무시하고 독선적인 태도로 한미FTA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금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6월 항쟁의 시대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항쟁을 우려먹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나”

[대구경북민중연대] 이대영 공동대표는 “현재 6월 항쟁을 회상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6월 항쟁을 우려먹으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20주년 기념사업은 단순히 6월 항쟁을 기념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영 대표는, ‘6월 항쟁을 우려먹으려는’ 세력으로 “정부.정당과 시민운동 진영의 일부”라고 꼬집는 한편, 우리 사회의 과제로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집회.시위의 제한’을 꼽았다.

“6월 항쟁, 가장 큰 성과는 ‘국민주권 확립’…20주년, 분단구조 극복과 결합해야”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간사는 “6월 항쟁의 가장 큰 성과는 ‘국민주권’의 확립이었다”며 “이같은 민주주의 성과마저 부정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의 발호와 분위기에 대해 단호히 연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6월 항쟁 20주년 사업’과 관련해 ▶6월 항쟁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과 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지역의 민주.보수.시민사회단체가 가능한 최대한 참여 ▶지역 민주화운동의 역사 정리 ▶지역 민주진보진영의 반성과 성찰 ▶6월 항쟁의 정신을 평화.통일의 의제와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통일연대] 오택진 사무처장은 “87년 항쟁은 ‘반독재민주화’ 요구를 전면에 걸고 독재권력과 맞서 싸운 국민적 저항”이라며 “20주년을 맞은 지금의 시대정신은 반전평화.조국통일, 신자유주의 반대”라고 말했다. 특히, “분단구조 하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분단구조의 해체나 분단구조에 따른 모순의 극복”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와 ‘평화.통일운동’을 강조했다.

“대구는 원 칼러…내안의 반(反)민주…6월 항쟁, 누구의 기억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양심수 후원회] 이영희 대표는, “요즘 ‘칼러풀 대구’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6월 항쟁 이후 대구는 이념적으로 오직 ‘원 칼러’만 존재했다”며 “대구사회의 철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도시와 주민자치실현을 위한 도시공동체] 김동옥 사무처장은 “6월 항쟁이 누구의 기억인가”라며 “학생운동이나 넥타이부대 만의 기억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하는 일상적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은 “반독재투쟁을 했지만, 우리 안에도 ‘반민주’가 남아있다”며 “우리 안의 성찰과 함께, 묻혀 있는 6월 항쟁의 사진과 영상자료를 찾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생존권 투쟁’이나 ‘신자유주의 반대’, ‘평화.통일운동’ 등으로 기념사업의 방향이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6월 항쟁 20주년 기념사업이 “현재 우리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과정이어야 한다”는데는 대체로 공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4개 단체는 조만간 지역 시민사회에 ‘6월 항쟁 20주년 기념사업’을 제안한 뒤,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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