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는 일본 정부·국민들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불거진 일입니다. 독도 문제처럼 원폭 피해자 문제도 공론화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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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원폭 피해자들을 찾아본 뒤 17일 대구를 방문한 ‘한국 피폭자를 구원하는 시민회(이하 시민회. 회원 800여명)’의 이치바 준코(市場淳子·49.여) 회장은 재일교포 2세에게 배웠다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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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79년 우리나라를 처음 찾아온 이래 그후 수십차례 한국을 방문, 국내 피해자들의 실태를 조사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소학교 시절부터 학교에서 관련 영상물을 TV로 보며 자랐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교육을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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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원폭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교토에서 대학에 다닐 때였다. 그는 “교토에 재일교포들이 많이 살아 그들을 통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 피해자 60만명 중 10%가 한국인이었음을 알게 됐다”면서 “반핵운동과 함께 그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71년부터 시민회 활동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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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원호수첩을 발급받지 못한 한국피해자 800여명에게 일본 원호법에 따라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그는 한국원폭피해자의 참상과 원인을 기록한 ‘한국의 히로시마’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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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독도 문제에 대해 “한류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나같은 아줌마들도 한국어를 배우는 등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인상이 큰 상황에서 양국이 불편한 사이가 될까봐 안타깝다”면서 “일본정부와 국민들이 독도, 종군위안부 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서 보듯 제대로 된 역사적 반성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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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바 회장은 17일 한일 시민사회의 과제-조선인 원폭피해자의 삶과 인권을 주제로 대구KYC가 연 특별강연회에 참석, 그간의 활동과 원폭피해 구호 역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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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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