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일본인 피해자 7명 대구 방문>

한겨레 2004.07.07 신문기사

■ 너른마당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

“원폭 투하 500m 이내의 사람은 99%가 죽었습니다. 당시 13살이던 저만 살아남고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 6명이 그때 몰살당했습니다.”(후쿠시마·72·일본 원폭 피해자)

6일 오전 10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한국청년연합회 대구본부 사무실에서 대구를 찾은 일본 히로시마 세계평화 미션팀과 한국청년연합회 대구본부 원폭피해자 생애 구술 기록팀의 ‘한·일 평화 공동교육’이 열렸다.

이날 교육에서 일본인들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의 참상을 설명했고, 청년연합회 회원들은 강제로 끌려간 이국땅에서 피폭당해 일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간 한국인 피폭자들의 생애를 이야기했다. 일본 원폭 피해자 후쿠시마가 1945년 히로시마 피폭 당시 녹아 버린 병 조각을 들고 당시를 회상할 때는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핵의 참혹상 알리는 등 한·일 평화공동교육

“과거사 문제 이견 있어도 상호이해 계기로”

히로시마 세계평화미션은 200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60돌을 맞아 히로시마 국제문화재단과 지역신문인 〈주코쿠 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한 평화 이벤트다. 히로시마 주민들 중 지원자를 선발해 각 7명씩 꾸린 6개팀이 내년 6월까지 전세계 12개국을 돌며 핵의 참혹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 4월, 이란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한 첫째 팀에 이어 두번째로 출발한 이 팀은 언론인, 학생, 원폭피해자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19일 일본을 출발해 중국을 거쳐 지난 1일 한국으로 들어왔다.

중국에서는 인체실험을 했던 하얼빈의 731부대 현장, 중일전쟁의 시발점이 됐던 만저우리의 노구교, 난징 학살현장 등을 방문했으며, 한국에서는 경남 합천의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 등을 둘러 봤다.

도쿄대 3년 모리우에 쇼타(20·국제관계학과)씨는 “이 여행을 떠나기전 히로시마 사람들은 당연히 피해자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여러 곳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연합회 강경식(26·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4년)씨는 “양국 사람들이 역사관과 현실인식의 차이는 있지만 평화를 갈망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우리도 민간 차원의 평화사절단을 자주 보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평화 미션팀은 8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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