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시의회 5대 의회 처음으로 의원발의 조례를 제정한 천안시의회 장기수(왼쪽)의원과 김영수 의원.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 풀뿌리 의정 ‘눈에 띄네’

김영수·장기수 천안시의원, 5대 의회 첫 의원발의 조례 제정

-윤평호(뮈토스) 기자

천안시의회 제109회 임시회가 지난 14일 폐회했다. 임시회는 막을 내렸지만 두 명의 시의원에게는 의정활동의 또 다른 시작점이었다.

109회 임시회에서 김영수(38·두정동), 장기수(38·쌍용동) 두 명의 시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각각 1건씩의 조례를 발의, 제정에 성공했다.

의정활동과 연관된 내부용 조례가 아닌 주민 생활과 밀접한 의원발의 조례가 제정되기는 지난해 7월 5대 의회 개원 이후 처음이다. 4대 의회에서도 의원발의 조례 제정은 지난 2003년 9월 ‘천안시 장애인 등의 이동권에 관한 조례’ 제정이 마지막이었다. 횟수로 3년여만에 천안시의회 의원발의 조례가 주민들에게 선보인 셈이다.

보행권 조례, 보육조례 의원발의로 제정

두 의원이 제정에 성공한 조례는 ‘천안시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보행권조례)와 ‘천안시 보육 조례'(보육조례). 김영수 의원은 보행권 조례를, 장기수 의원은 보육조례를 각각 발의했다.

김영수 의원은 “인구 50만이 넘는 규모의 지역이라면 도시 발전과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며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살기좋은 도시의 첫 번째 조건으로 보행권을 선택, 조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장기수 의원은 “보육조례 제정은 선거 공약이었다”며 “청소년들과 어린이,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보육조례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해 서둘러 조례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지방의원의 의원발의 조례 제정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비견된다. 그러나 여건은 천양지차다. 국회의원의 의원입법이 정책보좌관과 입법활동 관련 예산 지원 등 풍부한 물적·인적 지원 체계에서 만들어진다면 지방의원의 의원발의 조례 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원 홀로 고군분투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시민단체 힘도 빌리지만 이것도 지방의원이 직접 발품을 팔거나 귀동냥을 하고 시간을 쪼개 연구해야 가능하다. 국회의원의 제·개정 법률안 제출은 자주 있지만 지방의원의 의원 발의 조례안 제출은 전국적으로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는 것도 이런 풍토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김영수, 장기수 의원이 5대 의회 처음으로 조례안을 의원발의해 제정까지 성사시킨데에는 두 사람의 공통된 이력도 한몫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를 통해 시의회 입성에 성공한 김영수, 장기수 의원은 한차례 낙선의 아픔도 갖고 있다. 68년 생으로 대학시절 학생운동도 경험한 두 사람은 사회 진출 뒤에는 천안KYC, 천안새교육공동체시민모임 등 천안의 시민단체 상근자로 활동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시민단체 출신의 젊은 풀뿌리 정치인으로 개혁성과 신선함을 앞세워 분투했지만 의회 진출에는 실패했다. 개인적 친분도 두터운 두 사람은 낙선 뒤에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구축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이 조례안을 준비하고 발의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의원발의 활성화 위한 제안도 내놓아

의원발의 조례는 제정 자체로도 의미를 갖지만 후속작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종이장 조례’로 전락하기가 쉽다.

제정됐을 때만 반짝 관심을 끌었다가 실효성 없이 몇해 뒤 의회 홍보물이나 의원의 경력사항에 한줄 게재되는 의원발의 조례도 종종 있다. 그래서 의원발의 조례는 제정이 끝이 아니라 바로 시작이다.

“우선 올해안에 천안시가 보행환경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계속 확인해야죠. 시정질문이나 행정감사를 통해서도 조례 제정에 따른 보행환경 개선 사항을 꾸준히 모니터하고 평가할 것입니다.”

“조례 제정으로 일단 보육의 공공성과 책임 문제가 제기됐다고 봅니다. 조례에서 규정된 보육정보센터의 설치를 시에 강제하고 보육과 관련된 다양한 단체들을 만나 계속 손질해 나갈 계획입니다.”

보행권조례와 보육조례 제정을 기화로 5대 의회의 의원발의 조례 제정이 봇물 터지듯 잇따를까? 선행 주자로 나선 김영수 의원과 장기수 의원은 무엇보다 지원 시스템 구비를 강조했다.

전국 지방의원 가운데 최다 조례 제정 기록 수립이 목표라는 김영수 의원은 “국내외의 다양하고 독특한 조례가 의회에 수집돼 있다면 사례 수집의 어려움을 덜 것 같다”며 시의회 전문위원실에 타 지역 조례들을 구비해 놓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음 의원발의 조례로 ‘친환경상품구매촉진조례’와 ‘정보공개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장기수 의원은 “필요시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예산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